바야흐로 덕담(德談)의 계절이다.
새해에는 ‘복 많이 받고 돈도 많이 벌어라’는 덕담이다.
그러나 덕담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원·달러 환율 1,000원대 붕괴, 유가 갤런당 63달러 돌파 등 충격적인 뉴스들이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누군가 ‘복 받고 돈 버는 방법’을 수학공식으로 만들어 낸다면 어떨까. 실제로 수많은 월스트릿 투자가들과 경제학자들이 온갖 변수를 분석하면서 그 결과를 예측 가능한 공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주인공인 수학천재가 월스트릿 금융회사로부터 끝없이 러브 콜을 받는 이유도 바로 투자를 수학공식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종자돈 얼마를 가지고 어디에 투자하면 얼마의 이익이 보장된다든지, 무슨 비즈니스를 얼마동안 하면 얼마를 벌 수 있다는 등의 공식이다. 이 같은 공식이 만들어진다면 그야말로 황금을 만드는 마이다스의 손이 되겠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돈 벌어라’는 덕담 뒤에 부동산경기가 어떻게 될까, 주식은 어떨까하고 경기예측을 물어오곤 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럴듯한 예측도 한다. 경기를 예측하는 것은 돈을 버는 공식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얼마전 미 경제전망을 둘러싸고 벌어진 세계 최대 채권펀드회사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과 존 스노우 재무장관의 논쟁은 경기전망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비관론자의 대표격인 그로스 회장은 “미 경제성장은 모래 위의 누각에 불과하다. 최근 경기회복은 자산가격의 상승에 의존하는 것이지 투자에 기반을 둔 자생적인 회복이 아니다”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스노우 장관은 “고유가도 미 경제의 강한 회복력을 꺾지 못할 것이다. 미 경제는 배럴당 60달러가 넘는 고유가도 흡수할 것이다. 부동산의 버블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경기침체(Recession)도 없다”고 자신했다.
한 경제에 대한 두 전문가의 예측이 이렇게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것은 동전던지기와 같다”고 고백했다.
동전던지기에서 앞뒤가 나올 확률은 반반이다. 이 확률은 던지는 횟수에 관계없이 항상 똑같다. 그러나 실제로 동전을 던졌을 때 앞과 뒤가 나오는 결과는 다르다. 앞이 연속으로 나올 때도 있고 뒤가 연속으로 나올 때도 있다. 경기예측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이렇게 되겠지’ 하고 낙관하거나 ‘여지껏 그랬으니 또 그렇게 되겠지’하고 비관해버린다. 동전의 앞이 나올 확률은 똑 같은데도 지금까지 연속으로 앞이 나왔으니까 이번에는 분명히 뒤가 나올 것으로 단정해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희망을 경기예측으로 착각한다. 위험한 예측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경기를 전망하면서 ‘이제 오를 만큼 올랐으니 이제 내리겠지’하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해 이맘때 집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많은 한인들이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했다’며 집을 팔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의 집 값은 어떤가.
경기전망을 동전던지기의 도박심리 예측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경기예측은 기본에 충실할 때 감각적으로 나타난다.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며,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에 투자할 때 저절로 보인다. 가계를 잘 꾸리는 주부들과 성공한 기업가들의 경기예측이 정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확률이 절반인 동전의 행방을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불확실한 시대의 삶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일년을 시작하는 새해 아침이다. 작은 배로 요리조리 빗겨 가는 조급한 항해를 하지 말고 비록 돌아가더라도 큰배를 가지고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여유 있는 항해를 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권기준 부국장·경제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