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한인교회를 찾은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의 바지를 잡고 늘어지며 눈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던 아주머니가 있었다. 건물관리회사 측의 횡포로 망하게 됐으니 시장이 “어떻게 좀 해달라”는 호소였다.
아주머니는 ‘없는’ 집에서 태어난 죄로 동생 교육, 부모 부양에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살아오다 최근 미국까지 오게됐다. 출석 교회 교인의 소개로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악착같이 모은 돈 13만달러로 식당을 구입, 아메리칸 드림을 키웠지만 곧 좌절에 빠졌다.
식당은 장사가 안됐다. 하루 매상이 400∼500달러 정도라던 식당에서 하루 10달러 팔기도 힘들었다. 가게를 내놓았지만 그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건물관리회사 측이 “식당이 다시 입주할 때는 리스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전 주인이 체납했던 렌트비까지 아주머니 책임으로 전가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식당 매매에 관여했던 사람들과 건물관리회사에 연락했지만 다들 “잘못한 것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들은 미국 실정에 무지한 아주머니에게만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식당 재 영업 불허“라던 건물관리회사측이 입장을 바꾸었고, 아주머니는 구입 가격의 절반 정도 금액에 식당을 양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독자들에게 고자질하기 좋아하는 나는 이번 사건만큼은 보도하지 못했다. 자신의 사연이 기사화 되는 것을 극구 거부하는 아주머니의 입장보다 식당 매매를 둘러싼 시원찮은 사정, 건물관리회사 측의 속마음 등을 밝혀낼 수 있는 정확한 물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유능한 기자가 맡았더라면 가능했을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재에 나선 이유는 아주머니의 딱한 사연에 대한 궁금증보다 이 여성에 대해 상당히 궁금해 하는 비아라이고사 시장에게 유능한 기자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런 사정도 모르는 아주머니는 얼마전 감사의 선물로 램프를 보내왔다. 기자가 나서는 바람에 “절반이라도 건졌다”며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는 아주머니의 인사에 몸둘 곳을 찾지 못했다.
어느덧 기자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8년째로 접어든다.
촘촘히 얽혀있는 한인사회의 ‘목탁’이 되겠다는 나름대로의 열정과 욕심 때문에 세월 지나가는 것을 몰랐다.
한해를 보내려는 길목에 서서 아주머니의 말 못하는 한이 엿보이는 램프를 바라보며 “기자는 무엇인가”라고 자문해 본다.
김경원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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