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가도 황우석, 저기를 가도 황우석이 화제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황우석 파동’을 이해하려면 먼저 줄기세포에 관한 약간의 상식이 필요하다. 나무줄기를 잘라 땅에 심으면 새로운 나무가 자란다. 줄기세포의 어원은 식물의 이와 같은 분화생식력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1997년 영국에서 복제양 ‘돌리’가 탄생함으로써 인간의 골수를 비롯한 여러 신체조직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도 분리하여 배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동물복제에는 ‘돌리’와 같은 생식복제가 있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치유복제가 있는데 바로 이 치유복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발표한 것이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이다.
그럼 왜 사이언스와 같은 권위지가 황 교수의 논문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았을까. 황 교수의 논문이 세계 생명공학계가 꿈꾸어온 것이었기 때문에 성급하게 덥석 문 것이다. 황 교수가 논문의 포장을 기가 막히게 잘한 것이다. 섀튼 교수의 주역할이 바로 황 교수의 논문을 사이언스에 실리게 하는데 있었던 것이 뒤늦게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의 11개 줄기세포 중 최소한 7개가 사진조작에 의한 것이 밝혀지고 황 교수 자신이 논문을 자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그 중 한두 개가 진짜니 가짜니 하는 주장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다.
더구나 황 교수에게 건네진 난자가 1,000여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배아줄기 세포 만들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황 교수가 배아줄기 세포를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한 2005년의 논문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난자 1,000여개를 구한다는 것은 윤리문제가 얽혀 과학자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가 저지른 잘못은 무엇인가.
생명공학 교수들이 20일 발표한 2개의 성명서를 여기에 소개한다. 김윤철 등 4명의 과학자들이 발표한 성명서는 “황 교수는 논문의 조작을 인위적인 실수라는 교묘한 표현으로 빠져나간 후 문제의 핵심을 논문의 조작에서 줄기세포의 존재 유무로 덮어버려 시간 벌기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보여준 갖가지 거짓말과 말 바꾸기가 앞으로 있을 황 교수의 문제대처 방식을 엿보이게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황 교수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언론플레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서울의대 김중곤 외 20명의 교수는 황 교수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 세포의 연구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여론을 호도하는데 일조하였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뒤 한국의 줄기세포 허브사업은 원점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우석 교수 사건은 애당초 MBC와의 옥신각신에서 황 교수가 재검증에 응하고 그의 연구 줄기세포가 환자의 DNA와 일치했더라면 5일만에 소동이 끝날 수 있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그가 계속 말을 바꾸는 바람에 의심이 점점 깊어져 이제는 그 자신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들게 됐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받는 최대의 형벌은 그가 진실을 이야기할 때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황 교수의 황홀한 언어가 신빙성을 잃었다. 황우석 파동은 2라운드에서 끝나지 않고 5라운드까지 갈 것 같다. 내년 1월 검찰 조사에서 황 교수가 그 엄청난 연구비를 잘못 처리한 것이 밝혀지면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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