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 숨지면서 전재산 절반 장학금 유언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한 재미교포가 미화 10만 달러(한화 1억1천여만원)를 바다 건너 조국에 있는 모교에 전달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 제일여자정보고교(구 대구 제일여상)는 지난 9월22일 이름만 밝힌 한 미국국적의 교포로부터 장학금으로 사용하라며 10만 달러를 송금받았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학교측은 돈의 출처를 밝히려고 미국의 송금자와 돈의 주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졸업생의 끝없는 모교 사랑을 알게됐다.
장학금을 기증한 사람은 제일여상 10회 졸업생으로 미국인과 결혼해 하와이로 건너가 생활하다 2003년 1월 숨진 이정옥(당시 47)씨.
학교측이 미국에 있는 우리나라 영사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씨는 20여년전 미국인 남편과 이혼하고 애리조나주로 옮겨 혼자 살면서 우체국 등에서 일하며 매우 성실하고 검소한 생활을 통해 20만 달러가 넘는 재산을 모았다.
그러던 중 이씨는 지병이 악화되자 자신의 전재산 26만 달러 가운데 10만 달러를 모교인 대구 제일여상에 장학금으로 기증하고, 미국 하버드와 예일대에 각각 1만달러, 4명의 한국인 고아에게 3만-4만 달러씩을 전달하라고 유언한 뒤 2003년 숨졌다.
장학금의 뒤늦은 전달은 숨지기 직전까지 이씨를 돌봐왔던 애리조나주 스카츠데일의 한인교회인 등대교회의 김형수 목사가 2년 여에 걸쳐 미국법에 따라 복잡한 상속절차를 밟은 끝에 지난 9월 모든 법적 절차를 완료해 이뤄졌다.
제일여자정보고 조용식 교장은 숨지는 순간까지 조국과 모교를 사랑한 고인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고인의 이름을 딴 장학회를 설립해 인재 육성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사용하겠다며 감사해 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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