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연말연시, 모임의 계절이 시작된다. 밖으로는 학연, 지연, 같은 업종 … 걸린 연줄마다 송년 모임 자리가 줄을 잇고, 안으로는 가족들 모임이 또 줄을 잇는다.
추수감사절부터 성탄절, 설날까지 한달 여 사이에 3번씩 한자리에 모이니 연말은 가족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가정의 소중함, 가족의 애틋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감사하는 절기이다.
그렇다면 가족들의 모임은 항상 반갑고 즐겁기만 한 것일까.
세리토스에 사는 한 여성독자는 최근 아들의 집들이에 갔다가 마음이 몹시 상해서 돌아왔다고 했다. 작은아들이 좋은 동네에 집을 장만하고 부모와 형의 가족을 초청해 맛있는 저녁을 대접한 것까지는 좋았다.
자녀가 장성하여 자기 가정을 이루고 집까지 사서 자리를 잡으면 부모로서는 두 다리를 쭉 뻗을 기쁜 일이다. 주부 S씨도 아들 며느리의 새 집에서 식사를 하며 내내 흐뭇하고 즐거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거실을 둘러보는 순간 사라졌다. 그가 신문사로 보내온 편지 내용이다. “넓은 리빙 룸에 아들 결혼식 사진, 손녀 손자 사진 등 잘 걸어 놓았는데 친정 부모님, 형제들 대형 가족 사진을 걸어 놓은 것이 나의 마음을 섭섭하게 했다. 나는 평소에 공평, 공정을 많이 주장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시댁 식구들 사진도 함께 걸어 놓았으면 이렇게 마음이 허전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
시집 식구들의 사진만 쏙 빠트린 며느리가 섭섭해서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후 밤잠을 설치며 뒤척였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런 이야기는 널리 알려서, 미묘한, 그러나 배려해야 할 가족간의 예의 범절을 알아서 지켜야 하겠기에” 신문사로 편지를 보낸다고 썼다.
“아들 밥은 앉아서 먹고, 사위 밥은 서서 먹는다”는 말이 있었다. 딸의 집에 가면 사위 눈치가 보여서 조심스럽고 불편해 하던 것이 전 세대의 어머니들이었다. 지금은 많은 경우 그 반대이다. 아들집에 가면 며느리와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니 불편하고 딸집에 가면 허물없이 편안한 것이 요즘 어머니들이다. 집안에서 여성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여성의 입장서는 아무래도 친정 혈육에게 먼저 마음이 끌리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샌퍼난도 밸리지역의 주부 K씨도 며느리에게 몹시 서운한 경험이 있다. “며느리가 임신했을 때 우리는 되도록 아들집에 찾아가지도 않았어요. 며느리가 신경 쓰고 힘들어 할까봐 배려한 것이지요. 그래서 항상 밖에서 만나 저녁을 사 먹이곤 했지요. 그런데 우연히 알고 보니 며느리는 거의 매주 음식을 잔뜩 차려 친정 식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더군요”
고부관계뿐 아니라 모든 가족들 간의 관계는 미묘해서 의외로 서운하고 섭섭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남이라면 문제도 되지 않을 것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곤 한다. 배려 받고 싶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예의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에서 시작된다. 예의가 가장 필요한 것이 사실은 가족간의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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