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안 쓰셔도 되요.”
15일 한미연합회를 방문한 청와대 해외 인재 발굴 실무조사단을 취재하려고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에게 조사단의 한 관계자가 비꼬듯 던진 답변이다. 이들은 7일 워싱턴에 도착한 후부터 비공개로 쉬쉬했었고 전날 LA국제공항에서 이들을 기다리던 기자의 인터뷰 요청때문에 심기가 몹시 상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비공개 방문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 한 독자가 전화를 걸어와 한국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연방정부에 근무하는 두 아들을 두고 있다는 그는 “한국 정부 관리들이 왜 미국에 와서 2세 인재를 파악하는냐”며 “제2의 로버트 김을 만들려고 하느냐”고 흥분했다. 이 독자는 ‘신경 꼭 쓰라’고 단단히 당부 한 셈이다.
한인 사회의 무신경을 바라는 실무조사단의 LA방문은 계획성도 없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이들을 만난 한 한인은 “한인 사회에 무관심했던 한국 정부가 이제라도 사람을 파견해 한인 사회 전반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좋았다”며 이들의 활동에 후한 점수를 매겼으나 ‘이들이 왜 미국을 방문했는지’, ‘왜 한인단체를 찾았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실무조사단이 정확한 방문 목적을 통보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한인들의 무관심을 바라는 실무조사단의 속셈은 그들의 현지사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국정부가 나서서 미국내 활동하는 2세들을 파악한다면 외교 갈등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지적하자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고 대답, 프로젝트에서 불거질 각종 여파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듯 했다.
청와대 정영애 균형인사비서관은 한미 외교 갈등 가능성을 지적하는 본보의 보도를 접한 후 “당초 계획했던 미국 방문을 취소하려고도 했었다”고 말해 미국내에서 조용한 행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외 인재 프로젝트는 사실 국익을 위해 뛰는 국가라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로 고민하는 한국이라면 이 같은 계획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섣불리 밀어 부치다가는 타국의 고급 두뇌를 뺏으려 한다는 오해만 받기 십상이다.
실무조사단은 프로젝트의 내용이 공개된 상황에서 좀더 당당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들의 설명대로 프로젝트는 초보 단계이며 외교 갈등 여지가 없는 범위에서 일을 추진하겠다고 프로젝트의 대상인 한인들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도둑 고양이’행보는 결국 도둑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석호
<사회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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