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이란에서 자살폭탄 여성지원자 전국대회가 열린적이 있었다. 이란 혁명군의 간부인 자파리가 조직하고 있는 ‘자살폭탄 부대’의 하나다. 사단, 연대, 대대, 중대 단위로 전국에 조직해 놓은 다음 유사시 명령만 내리면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이들의 집회사진이 시사주간지에 났는데 히잡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들은 하나같이 특공대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아줌마들이었다. 과시용 집회 같아 좀 우스워 보였다.
그런데 엊그제 요르단 폭탄테러에 가담한 여성이 바로 아줌마 스타일의 평범한 여성이 아닌가. 리샤위(35)라는 이 여성은 촌티가 물씬하고 선량해 보이는 눈동자를 지닌 전형적인 가정주부였다. 허리에 엉성한 폭탄 띠를 두르고 자신과 남편이 어떻게 호텔 결혼식장에 들어갔는가를 태연하게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죽어간 60여명의 희생자에 대해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이 자신이 경솔해 자폭에 실패했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여자를 테러범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다. ‘테러범’하면 인상도 험하고 눈빛도 독해 보여야 하는 것이 일반 관념인데 이 여성은 착해 보이기만 하는 시골 아줌마였다.
여성 자살폭탄 1호는 지난 2002년 1월 이스라엘에서 자폭한 와파 아드리스(팔레스타인)다. 그는 적십자 간호사였다. 요즘 중동에서는 ‘와파 아드리스’라는 클럽이 생겨나 회원을 확장하고 있는데 여성들도 아드리스의 정신을 본받아 나라를 위해 자폭하자는 클럽이다. 모두가 직장이나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간주되던 여성들이고 신앙 깊고 내성적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아드리스 사건 후 체첸에서도 무슬림 여성들이 음악회에서 자폭해 20여명의 러시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스리랑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바야흐로 여성 자살폭탄 특공대가 이슬람 세계에 번지고 있다. 이란 집회를 더 이상 웃어넘기지 못하게 되었다. 이란에서는 440명의 여성이 자원해 왔다고 한다. 미국의 레인저 부대나 공수사단은 비교도 안 되는 무서운 조직이다.
자살폭탄 테러의 특징은 방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너 죽고 나 죽자는 데는 당할 수가 없다. 미전략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자폭하는 순간 이 세상에서 지었던 죄가 다 용서되고 바로 그 길로 천국에 입국하는 것으로 세뇌되어 있다. 그러니까 누구를 죽인다는 개념보다 천국에 빨리 가고 싶다는 신념으로 자폭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얼마전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자폭한 테러범들이 죽기전 녹화한 비디오테입에서 “빨리 천국에 가게되어 기쁘다”라고 외친 것으로도 뒷받침된다.
미국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아랍은 자살폭탄을 갖고 있다. 지난 7월15일에는 하루 15건의 자살폭탄 사건이 일어났으며 9월 언젠가는 하루 700명의 사망자를 낸 적도 있다. 이라크 테러사건 희생자의 4분의3이 자살폭탄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더구나 이란 국영방송에서는 최근 어린이들이 폭탄 띠를 두르고 미군 트럭에 뛰어드는 만화를 방영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부모들도 자녀들의 자살폭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20세기의 화두가 핵문제였다면 21세기의 화두는 자살폭탄이다. 여성에 이어 어린이까지 허리에 폭탄 띠를 두르고 자폭한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이것은 테러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인권문제다. 세계 종교지도자 회의나 유엔 차원에서 선언 형식의 움직임이 있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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