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시어즈’‘월그린즈’‘월마트’등 주요 소매업체들이 조용히 들치기(shoplifting) 피해 사례에서 증거들을 모아 전국 규모의 범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이번달부터 가동되는데 업계는 이 정보를 이용해 연방수사관들이 들치기 절도단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돕기를 희망하고 있다.
“조직화해 설치는 ‘샵 리프팅’더 못참아”
갭·시어즈·월그린스·월마트 등
절도범죄 데이터베이스화 공동대응
100여명의 절도단, 하루 한명 2천달러 슬쩍
소매업계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이와같은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한가지, 각 기업 보안 시스템상 최대 헛점인 정보교환 부재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소매업계에서 도둑맞아 입은 손실액이나 들치기 예방책 같은 것은 전통적으로 극비사항에 속했었는데 바로 그 점을 이용한 조직 들치기단이 같은 지역내 수십개 소매업체를 안심하고 들락거렸던 것이다.
현재 데이타베이스를 만들고 있는 소매업계 그룹은 세개다. 워싱턴의 ‘내셔널 리테일 페더레이션’은 ‘페더레이티드 디파트먼트 스토어즈’부터 ‘크레이트 & 배럴’에 이르기까지 수천개 체인을 대표하며 이달에 그 데이타베이스를 인터넷에 올린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리테일 인더스트리 리더스 어소시에이션’은 ‘월마트’와 ‘타겟’ 같은 할인점들이 중심이 돼 있고 내년 초부터 데이타베이스가 가동된다. 같은 곳에 본부가 있는 약국들의 모임인 ‘내셔널 어소시에이션 오브 체인 드럭 스토어즈’는 작년부터 데이타베이스가 사용되고 있다.
‘내셔널 리테일 페더레이션’의 손실예방담당 부사장 조셉 라로카는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직적인 범죄가 이제는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과거 들치기는 자기가 사용하려고 상점에서 물건을 슬쩍 집어갔지만 요즘 들치기들은 조직적으로 물건을 훔쳐다가 벼룩 시장, 온라인등에서 파는데 심하면 바로 그 물건을 훔쳐 내온 체인에 되팔기까지 한다. 이들은 집중적으로 훔칠 물건의 목록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옛부터 보석이나 전자제품 가게보다 보안이 허술한 일반 소매점들을 상대로 범행한다. 이들이 가장 많이 노리는 물건중에는 갓난 아이용 포뮬러 ‘인파밀’, ‘오일 오브 올레이’ 화장품, 소화제 ‘펩시드’,‘질렛’ 면도용품 등도 있다.
2003년에 일망타진된, 수사관들이 ‘갈리 조직’이라 부르는 들치기 갱단은 두목 모하미드 갈리를 중심으로 처, 동생들이 중간 두목을 맡은 범죄조직이었다. 입소문으로 달라스 지역에서 100명 이상의 단원을 모아 매일 텍사스 북부 지역의 ‘타겟’ ‘월마트’‘월그린스’등에서 많으면 한명이 하루에 2,000달러어치씩 훔쳐내 온 아기 우유, 당뇨병 테스트기, 면도날, 니코틴 껌 등을 다시 포장해 되팔았다. 밴을 렌트해 들치기들을 이 매장, 저 매장으로 이동시키고, 훔친 물건에서 보안장치를 제거할 시스템을 개발한 이들은 장물들을 ‘페더럴 익스프레스’를 이용해 전국으로 운송했다. 그러느라 편의점, 창고업자들에게까지 손을 뻗었던 이 조직의 두목은 부하들에게 무료 운송 및 보석금 등을 제공했다. 연방당국은 단원 몇명을 정보원으로 포섭, 침투시켜 증거를 잡아 올해 두목에게 14년 징역형을 받게 했다.
갈리 갱단 같은 잘 조직된 범죄단이 몇년간 암약하며 소매업계에 끼친 손실은 300억달러 규모로 FBI는 추산한다. 이제까지 들치기라면 캔디바나 청바지 한 벌을 집어가는 10대들로만 인식해왔던 소매업체들도 조직 들치기단의 존재에 눈을 떠 공동으로 대처할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타베이스를 만들고 있는 소매업체 간부들은 사법당국이 조직범죄로 발전한 들치기단에 늑장대응했다고 불평한다. 원래 연방당국은 소매업체와 로컬 경찰이 가져오는 케이스만 받아 수사하지만 그나마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웬만한 들치기는 도난액이 최소한 5,000달러가 넘어야 하는 연방법상 범죄 구성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인데 바쁜 연방검찰은 들치기 같은 사건은 5,000달러가 아니라 5만달러를 넘어야 겨우 들여다 본다. 그리고 보통 들치기는 한번에 그만큼 훔칠 수도 없으므로 조직 들치기 단원이 잡혔어도 법망을 쉽게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주로 좀도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주법들 또한 조직 들치기단에는 효과가 없다. 들치기는 거의 대부분 경범으로 처리되어 심한 벌이라야 유치장에서 몇일밤만 자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소매 절도 조직은 FBI 범죄 통계에서 별도 항목으로 분류되지도 않았다. FBI가 미시건과 펜실베니아에서 서너개 조직을 분쇄시킨 뒤 월마트는 곧 조직범죄단을 추적하는 ‘A-팀’이라 불리는 특별수사팀을 결성했다.
다른 소매업체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최근 2년사이의 일이다. ‘갭’과 ‘시어즈’는 조직범죄를 식별해내도록 훈련된 특별 조사팀을 육성했고, 소매업계 전체가 해마다 이에 대처할 연례 총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매업체측의 여전히 쉬쉬하는 태도다. 아직도 피해 매장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야 데이터베이스에 들치기 사건에 관한 정보를 주겠다는 곳이 많다. 그러나 ‘월그린스’‘시어즈’‘갭’‘페더레이티드 디파트먼트 스토어즈’등은 데이타베이스 구축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패스워드를 넣어야 접속되는 ‘내셔널 리테일 페더레이션’의 데이타베이스는 마치 온라인 서베이 양식 같아 보이는 들치기 신고서에 자세한 정황을 기록하고 시큐리티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도 첨부해 다른 업체에서도 동일범을 식별해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러 업소에서 문 닫을 시간쯤에 아기 우유가 없어졌다던가 하는 비슷한 패턴의 피해가 발생해, 즉각 수사에 착수할 만한 케이스가 되면 사법당국에 신고하는 것이다.
소매업자들이 협동해 들치기에 맞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보석상들은 ‘주얼러스 시큐리티 얼라이언스라는 네트웍’을 결성하고 한 업소에서 강도를 당하면 회원들에게 경고하는 일을 100년도 더 전부터 해왔다.
<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