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지구에 묻혀 있는 원유는 충분한가. 그렇다면 생산을 늘려 가격을 낮추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아니면 이제 정점을 지나 고갈을 우려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조차 견해가 다르다.
개스 값 때문에 운전자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심을 다독이려고 정부도 묘안을 궁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저마다 ‘오일 이론’을 내놓는다. 과연 지구의 원유가 충분한지 아니면 고갈 위기에 있는지 말이 많다. 이를 둘러싼 ‘Beyond Oil’의 저자 케네스 디파이에스와 ‘Bottomless Well’의 공동저자 피터 후버의 논쟁을 시사주간 ‘타임’이 최근 소개했다.
“오일 시대 끝나간다”
‘Beyond Oil’저자 케네스 디파이에스
2조130억배럴 매장, 이미 1조65억배럴 퍼 써
세계 원유생산 이미 절정, 곧 하강곡선 그릴 것
새 유전 발견 1배럴 규모에 현재 소비는 2배럴
원유생산은 조만간 피크에 달하고 이내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다.
나를 포함한 원유 지질학자들이 수년 전부터 2007년 이전에 원유생산이 피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당시 유가가 쌌기 때문이었다. 최근에서야 정유회사들이 이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셰브론의 한 광고는 현재 세계는 새 유전 1배럴 발견에 2배럴을 소비한다며 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엑손 모빌은 1987년이 새 유전 발견으로 인해 확보한 원유가 소비를 앞지른 마지막 해라고 밝혔다.
셸은 캐나다에서 원유 개발을 확대하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원유보다는 천연개스 개발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셸이 원유사업에서 손을 점차 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허버트 피크’라는 말을 창출해 낸 지질물리학자 M. 허버트는 1956년 미국의 원유생산이 1970년대 초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나는 이제 세계 원유생산이 절정에 도달했다고 믿는다.
유전을 발견하는 것은 연못에서 낚시하는 것과 같다. 수개월을 노력해도 결과가 신통치 않을 수 있다. 보다 많은 생선을 잡기 위해 최신식 도구를 구비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이상 별 볼일 없다고 판단해 자리를 뜰 수도 있다.
최근 유가가 오르고 신기술이 개발됐지만 원유 발견에는 매직은 없다.
캐나다와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개발이 활발하지만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을 운반 가능한 원유로 전환하려면 천연개스를 태워야 하는데, 이 천연개스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아무리 낚시도구가 발달했다고 해도 연못에 생선이 적으면 잡기 어려운 법이다. 원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에는 2조130억배럴의 채굴 가능한 원유가 묻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원유 채굴 이후 올 연말까지 총 원유 생산량은 1조65억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추수감사절에 원유 생산이 피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유가 상승과 산유국들의 추가 생산 등을 감안하면 그 피크가 앞당겨 질지도 모른다.
“원유 여전히 풍부하다”
‘Bottomless Well’저자 피터 후버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알래스카 등 개발금지
북미대륙 원유·천연개스 매장량 수십 조배럴
생산장비·기술 급속개발… 관건은 정치적 의지
‘원유 피크’ 이론은 그럴 듯하다.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가 펜실베니아에서 처음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원유 생산이 급속히 증가했다. 매장량은 제한돼 있고 생산이 늘어나니 당연히 원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하다. 미국이 1970년대 피크를 경험했고 세계 전체가 조만간 생산 피크를 경험하게 될 것이란 이론이다.
그러나 이는 난센스다. 생산량과 유가는 지질학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이는 기술과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은 현재 연간 약 70억배럴을 소비한다. 1960년대 페르시아만 유전에서의 원유생산이 연간 120억배럴 가량 증가하면서 유가는 붕괴했다.
그러자 미국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알래스카 연안의 유전 개발을 금지했다. 그래도 정치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 수입해 쓰는 원유가 싸니 굳이 미국 본토에서 유전 개발을 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의 원유는 보전하면 나중에 가치가 올라간다는 계산도 있었다.
현재 알래스카에는 개발이 금지된 원유가 180억배럴 묻혀 있다. 해안지역에는 추가로 300억배럴이 매장돼 있다. 로키산맥에는 역시 개발 금지된 200억배럴의 원유가 있다. 로키산맥 원유만 해도 미국 내 대형 트럭과 수송차량의 대다수가 1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미국 본토 국경 너머 알버타의 역청 사암(tar sands) 지역에 1,800억배럴이 있다. ‘캘거리언스’가 현재 생산 중이다. 캐나다와 베네수엘라 사막지대에만 수조배럴의 묻혀 있다. 이곳에는 메탄 수화물(methane hydrates)도 매장돼 있다.
알래스카 연해, 대륙 연해지역과 로키산맥에는 30조배럴의 고체 탄화수소(frozen hydrocarbons)가 있다. 머지않아 이들 천연개스가 경제성 있는 원료로 개발될 것이다. 우리가 노력만 하면 북미지역에 1조배럴 상당의 석탄을 원유로 변형할 수 있을 것이다. 패튼 장군은 유럽에 진군했을 때 독일의 기술을 빌어 석탄을 액화시켜 사용했다.
유가는 항상 춤을 춰왔다. 인플레를 감안하면 유가는 1980년대 초가 지금보다 더 비쌌다. 채굴 장비와 기술이 점점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상쇄할 만하다. 우리는 노하우를 갖고 있고 자원은 충분하다. 문제는 정치적 의지의 결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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