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가을 로마 주재 니제르 대사관에 도둑이 들어와 외교문서 등 잡다한 것을 훔쳐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1년 봄 어느 날 - 전직 미국 CIA 요원인 마티노가 로마 주재 미국 대사관의 CIA 지부장에게 찾아와 이라크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있다며 서류를 내놓았다. 그 서류는 10년전 니제르 대사관에서 도둑맞은 것으로 로마 교황청 파견 이라크 대사가 니제르에 가서 핵폭탄 원료인 우라늄을 사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대가를 요구했다. 로마 CIA 지부장은 그 문서를 자세히 검토한 결과 조작한 것임을 발견하고 마티노에게 가짜문서를 가지고 다니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러나 마티노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이탈리아 및 영국 정부와 접촉, 이때부터 유럽에서는 이라크가 핵폭탄을 만들려한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와 영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루머의 내용을 전하자 2002년 CIA가 정식으로 조사에 나섰으며 중동에 있는 CIA 공작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 공작원은 여자였다. 공작원은 자신이 니제르에 가는 것보다 자기 남편이 니제르 관리들과 친하니 남편을 보내줄 것을 제의했다. CIA 본부는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여 남편에게 이 임무를 의뢰했다. 이 CIA 여공작원이 바로 전 이라크 대사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이며 그의 남편이 윌슨 대사(전직)이다. 윌슨 대사는 니제르에 가서 총리 등을 만나 확인한 결과 이라크의 우라늄 거래 시도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는 이 사실을 CIA 본부에 정식으로 보고했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번졌다. 부시 대통령이 다음해인 2003년 1월28일 연두교서에서 “이라크가 핵무기 제조를 위해 원료 구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어 3월에 이라크 침공작전이 시작되었다. 윌슨 대사는 주위 친구들에게 부시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자신이 CIA에 보고한 것과 정반대라고 말했다. 급기야 윌슨은 2003년 7월6일자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스토리와 이라크 핵무기 원료 구입이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이미 CIA는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부시 행정부가 치명타를 맞았다. 특히 이라크의 핵 보유를 강력히 주장해 온 체니 부통령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윌슨 대사의 폭로가 있은지 8일이 되던 날 윌슨 대사의 부인이 CIA 공작요원이었음을 노출시킨 기사가 신문에 터졌다. 누가 보아도 윌슨을 망신 주기 위해 정부에서 소스를 흘린 냄새가 짙었다. 칼럼니스트 노박을 시작으로 뉴욕타임스의 주디 밀러 기자 등이 발레리 플레임(윌슨 대사의 부인)에 대해 기사를 썼는데 그 소스가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 리비인 것으로 최근 밝혀진 것이다. 리비는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오히려 기자들에게 들었다고 대배심에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위증죄로 입건되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85일간 감옥에 갔다온 주디 밀러 기자가 검사와의 타협에서 리비가 기사 소스임을 밝힌 사실이다.
리비는 윌슨 대사의 부인이 CIA 공작원이라는 것을 어디서 들었을까. 바로 체니 부통령이 말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두 사람이 의논해서 신문에 계획적으로 흘렸다면 체니 부통령도 기소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
제2의 워터게이트로 불리는 리크게이트 재판은 내년이 되어야 막을 올린다. 체니가 기소되면 부시가 사면한 후 그 후임에 임명되는 부통령을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내세울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워싱턴 정가에 나돌고 있다. 리크게이트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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