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은 물가가 비싸 한국 식당의 비빔밥이나 설렁탕 값이 만만치가 않다. 식탁에 놓여 있는 냉수도 공짜가 아니다. 한 병에 2달러다. 그런데도 한국 관광객이 많아 항상 자리가 꽉 찬다. “돈 많이 벌으셨겠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주인에게 한마디했더니 “벌면 뭐 합니까. 아이들 교육비가 워낙 비싸서요”라고 대답한다. 교육제도가 발달한 독일에서도 과외공부가 있나 싶어 “왜 그렇죠?”하고 다시 물었더니 “우리 동네 공립학교에는 터키 아이들이 너무 많아 할 수 없이 비싼 사립학교에 보냅니다”
이렇게 되면 더 궁금해지는 법이다. “아니 터키 아이들이 어째서요?” 했더니 “터키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는 독일인들도 싫어해요. 학교에 대해 민감한 한국 학부형들은 더 질색이죠”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왜요?” 하고 또 물었더니 “독일 사람들에게 물어 보세요”라며 더 이상의 대화를 피했다.
요즘 유럽의 화제는 터키를 EU(유럽연합)의 회원으로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이다. 터키가 EU가입을 신청한지 46년만에 유럽 국가들이 이를 정식 토의 의제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터키인들, 특히 이스탄불 시민들은 누가 자신들을 ‘동양인’이라고 부르면 불쾌해 한다. 자기들은 유럽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스탄불은 유럽 대륙쪽에 붙어 있다.
터키는 지리적으로 묘한 나라다.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을 경계로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다. 서쪽으로는 불가리아, 루마니아와 국경을 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이라크, 이란, 시리아, 아르메니아와 경계선을 이루고 있어 유럽 국가라고 해야 할지 아시아 국가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하다. 그러나 전국토의 대부분이 아시아 대륙에 속해 있어 중동의 이웃들은 터키를 아시아 국가로 간주하지만 터키인들은 부득불 자신들이 유럽인이라고 우겨 월드컵 예선전도 유럽 국가들과 대진표를 이루고 있다. 몸통은 아시아에 머리는 유럽에 둔 인어나라다.
사실 터키는 아타투르크 대통령의 혁명이래 아랍문자를 로마문자로 대치하고, 국민들에게 성(last name)을 갖게 하고,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하고, 민주의회 제도를 도입하는 등 1차 세계대전 이후 놀랄 만한 탈바꿈을 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터키인들을 유럽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952년부터 나토 회원인데도 EU 회원에는 끼워주지 않는다. 왜 그럴까.
터키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95퍼센트가 무슬림이다. 독일의 이슬람 인구가 100만으로 늘어난 것도 터키인 이민 때문이다. 독일 인구 증가율은 매년 0.2퍼센트인데 터키인은 1.6퍼센트다. 유럽은 지금 이슬람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모로코인, 프랑스에서는 알제리아인, 영국에서는 파키스탄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가 무슬림이다.
더구나 EU는 인구별로 대의원 수를 정하기 때문에 터키가 언젠가는 EU의 주도권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터키마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을까 봐 유럽국들에게 터키를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EU 회원국들은 겉과 속이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슬람은 크리스천과 조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슬람 여학생들의 히잡착용 등교 금지사건이 유럽에서 문명의 충돌이 시작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런던 지하철 폭파사건과 같은 테러가 계속되고 문명의 충돌 현상이 수그러들지 않는 한 터키의 EU 가입 소원은 짝사랑으로 끝날 것이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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