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 되가는 아들놈을 안고 한인타운의 한 미장원에 들렀다. 얼마 전부터 머리가 덥수룩했지만 머리 자를 때마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 통에 미루고 미루던 터였다. 머리를 자른 다음엔 바로 목욕을 시켜야 해서 평소 가던 곳이 아닌 일부러 집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장원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커다란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아이를 달래느라 정신없는 남편을 뒤로하고 ‘아줌마 아기 머리 자를 수 있어요?’ 묻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약간의 신경질이 섞인 말투와 함께 “저렇게 우는 아이 머리는 못 잘라요” 하는 말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혔다. ‘헉! 저렇게 우는 아이라고?’
아이가 난리를 치는 통에 머리 자르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아니, 어른처럼 멋있게 완성될 머리를 기다리면서 미장원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을 24개월 짜리 아이가 몇 명이나 된다고 저렇게 말할까 싶었다.
아이 머리 자르는 일은 어른 손님에 비해 확실히 귀찮기도 하고, 돈도 얼마 받지 못해 미용사들이 꺼리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울 아들처럼 어린아이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톡 쏘아대듯 단박에 거절하는 건 미장원을 이용하려는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지금 바쁘니 나중에 오시라던가, 죄송한데 아이 머리 자르는 건 좀 어렵다든지 하는 등의 상황을 설명하고 손님의 양해를 구하는 게 손님을 거절하는 순서가 아닐까.
비단 미장원뿐이 아니다. 타운의 무수히 많은 음식점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보면, 아이를 데리고 집밖으로 나온 것 자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은 시선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아이가 앉는 하이체어(high chair)가 모자라 앞 손님이 나가야 겨우 하이체어에 아이를 앉힐 수 있다거나, 하이체어는 아예 찾아볼 수 없고, 의자 위에 놓고 사용하는 부스터(booster) 몇 개만을 갖춰놓은 곳도 있다. 하이체어와 부스터 모두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해도, 안전을 위한 끈과 클립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며, 하나같이 너무 오래되고 검은 때가 꼬질꼬질 끼여있어 사실은 그곳에 아이를 앉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아이 엄마의 심정을 이해한 듯 한국에서는 요즘 ‘키즈 헤어숍’이나 ‘키즈 카페’ 등 아이들 전용 공간이 등장해 성업중이다. 아이들을 위한 미장원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자동차에 앉아, 좋아하는 DVD를 보면서 머리 자를 수 있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머리를 자르고 나면 깨끗이 목욕도 시킬 수 있도록 욕조는 물론 전용 세제와 타월까지 준비해 두었으며, 아이가 울면 종업원이 달래가며 머리를 다듬어 주므로 적어도 아이가 울어서 머리를 못 깎는 일은 없다고 한다. 물론 가격은 일반 미장원보다 훨씬 비싸다.
그날 이후, 울 아들 머리는 장발 스타일 그대로다. 바리캉을 구입해 직접 잘라주는 것을 심각히 고려중인 엄마 때문이다. 그나저나 LA에는 언제 아이들 전용 미장원이 생기는 걸까. 아무리 비싸도 마음 편히 아들 머리나 잘라줬으면 좋겠다.
성민정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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