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이 아무개 여사는 85세까지 혼자 살다가 돌아가셨다. 외아들도 시집간 두 딸도 나름대로 모시지 못한 까닭이 있겠지만 나는 장모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본다. 불효스럽게도 딸들은 어머니를 뵈올 때마다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한 발 먼저간 남편 곁으로 가시라고 틈만 있으면 강요했고 마침내 장모는 단식 아닌 단식을 시작하여 체중 25kg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살아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저녁 일일드라마 ‘보고 또 보고’의 끝도 못보고 말았다. 혼자 사는 외로움의 그 지독한 깊이를 누가 헤일 수 있으랴. 나는 입관시 미이라 같은 그 몸뚱어리가 고독으로 찌들고 안이 막혔음을 똑똑히 보았다.
장례후 장모의 방에는
누가 먹으라는 것인지 정성스레 담근
노오란 모과주가
장롱 속에 한 병 있었다.
화자인 사위의 시각에 비친 85세 된 장모의 죽음은 자연사가 아니라 현실에 떠밀린 자살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먼저 간 남편 곁으로 가시라”는 딸들의 그럴싸한 말, 노모는 언제부터인가 식음을 전폐한 채 미이라가 돼버린 후 바싹 마른 몸에는 방부제 대신 고독만 잔득 담고 떠나야 했다. 그러면서도 장롱 속에는 모과주를 남겨두었으니, 그 어머니의 사랑을 마실 자격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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