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웨스트에 이어 델타 에어라인도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중부 지역의 지방노선을 장악하고 있는 메사바, 피너클 에어라인도 곧 파산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는 경영의 모범으로 꼽히는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마저 최근 적자운영에 들어갔다. 항공사마다 비명이다. 이 모두가 석유 값이 뛰었기 때문이다. 델타는 힘겨운 퇴직금과 건강보험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개솔린 가격 인상으로 지불능력이 약해진데 있다.
충격적인 것은 미국의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GM(제너럴 모터스)이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사실이다. 부품공장 방계회사인 델피가 며칠전 파산신청을 했다. 승승장구하는 도요타가 미국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하이브리드 등 개솔린 절약 프로그램을 GM에 넘기겠다고 나올 정도니 미국 자동차 업계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자동차 생산업계에 다음과 같은 조크가 있다.
미국인과 프랑스인, 일본인이 사형대에 오르게 되었다. 교도관은 사형이 집행되기 전 마지막으로 본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더니 프랑스인은 애국가 마르세이예즈를 불렀다. 그런데 미국인은 옆에 있는 일본인보다 한발 앞서 사형집행 당하는 것이 소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하게 여긴 교도관이 일본인에게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일본인은 “감방에서 미국인들에게 강의하다가 중단한 개솔린 절약 소형차를 만드는 법 이야기를 끝맺고 죽고 싶다”고 했다.
미국이 자동차 만드는 문제에 관해 일본에게 강의 듣는 것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지를 풍자한 내용이다. 사실 미국인들은 일본차가 튼튼하고 고장 안 나기로 유명한 데도 이 차를 마음 내켜하지 않는다. 특히 관리들이나 부자들은 일본차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자존심 때문인 것 같다. 개스 파동은 1973년과 1979년 두 번이나 일어났다. 그때부터 미국이 마음을 비우고 부지런히 소형 자동차를 만드는데 전력했다면 지금쯤은 일본차들을 능가하는 개솔린 절약형 차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는 “미국 소비자들은 작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SUV 등 유틸리티카 쪽으로 기울었다. 메이커들이 개솔린 소비를 계속 장려하는 길로 미국민을 인도한 것이다.
가격이 한번 뛰면 내려오지 않는 법이다. 이대로 가면 갤런당 5달러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오일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5달러선을 넘은 나라들이 많다. 덴마크는 갤런당 6달러나 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개솔린 파동이 일어났는가 하면 전혀 조용하다. 왜? 국민들이 여간해서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다.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 타기 범국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럽 거리에서 미국 차를 보면 얼마나 디럭스인지 알 수 있다. 그렇게 큰 차를 직장 출근하는 데만 사용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이 작은 차를 과감히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미국사회에서는 자동차가 곧 신분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느냐에 따라 사람을 저울질하기 때문에 체면상 소형차를 못 탄다.
이제 그 허풍을 버리고 실속을 차려야 할 때가 되었다. 개솔린 가격 상승은 시대의 흐름이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갤런당 5달러 시대를 각오해야 한다. 미국인 소비패턴에 대변화가 있어야 석유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오늘의 개솔린 파동은 미국민들의 사치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다. 개솔린 파동이 두 번이나 있었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으니 말이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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