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뛰던 심장은 엄마와 늘 함께 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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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27일생 장보름, 세례명 필립보네리.
2년여에 걸친 백혈병 투병 끝에 지난 2일 새벽 숨진 보름이를 추모하는 연도의식이 3일 오후 7시 30분, 산호세 한국순교자성당(주임신부 양형권 바오로)에서 열렸다.
보름이의 부모 장상영(46), 장정란씨(40)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보름이의 영정 앞에 모인 1백여 명의 신자들은 보름이의 세례명인 필립보네리에게 그리스도와 천주의 모든 성인 성녀들이 영원한 안식을 베풀어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천주교에서 망자를 위해 기도하는 의식인 연도가 행해지는 동안 성당 곳곳에서는 보름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흐느낌이 위령기도 속에 흘러나왔으며, 연도를 마친 후 신자들은 보름이의 부모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보름이 엄마 장정란씨는 “보름이가 여기서는 많이 아파서 외출도 제대로 못했으니 하느님 곁으로 가 또래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기를 바란다”며 울먹였다. 장씨는 또 보름이가 숨을 거두기 직전, 식어가는 보름이의 작은 손을 꼭 부여잡고 “보름이 가슴에 뛰고 있는 심장이 엄마 심장과 늘 함께 있으니 우린 언제 어디서나 함께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보름이 아빠 정상영씨는 특히 올해 1월 1일자 본보 신년특집 기사에 ‘보름이에게 새 희망을!’이란 기사가 실렸던 것을 상기하며 “올해가 채 가지도 않았는데 보름이를 떠나보내 그동안 지켜봐준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점, 부모 된 입장에서 죄송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장씨는 이어 “자식의 병을 못 고쳐줘 못내 죄스러운 마음이지만 하느님이 더 깊은 뜻을 갖고 보름이를 데려갔으리라 믿고 더 새로운 희망으로 보름이는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3년 7개월의 짧은 생을 살다 간 보름이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병을 이기려는 의지를 갖고 쓰디 쓴 약을 마다않고 먹는 기특함을 보였으며, 피검사를 받을 때도 의료진에게 협조를 잘해줘 스탠포드 대학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장난감 기차와 바다를 유난히 좋아했던 보름이는 누나 은별(13), 형 한별(10)에 이어 늦둥이로 태어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지만 생후 20개월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힘겨운 투병생활을 해왔다.
장보름군의 장례미사는 5일 오전 10시 산호세 한국순교자성당에서 열리며 화장된 유해는 천주교 묘역인 게이트 오브 해븐(Gate of Heaven, 22555 Cristo Rey Dr. Los Altos, CA) 납골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김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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