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연주회, 여름을 바캉스의 계절이라고 한다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독서는 아무 계절에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뜨거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책 읽는 모습보다 가을에 낙엽 떨어지는 벤치에 앉아 책 읽는 모습이 더 멋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독서를 많이 하는 민족은 유대인이다. 유대인의 독서 전통은 어제오늘에 세워진 것이 아니다. 탈무드에는 독서에 관한 수많은 경구가 수록되어 있다.
“책과 양복이 더러워졌을 때는 책부터 닦아라” “책이 없는 집은 영혼이 없는 몸과 같다” “생활이 궁핍하면 금은보석을 제일 먼저 팔아라. 그래도 궁핍하면 집을 팔고 다음에 땅을 팔아라. 그러나 아무리 궁핍해도 책은 팔면 안 되느니라” “책을 안 읽는 사람은 헤엄칠 줄 모르면서 헤엄칠 줄 아는 척하는 사람이다. 위기가 닥치면 그는 곤란에 처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갈릴리 호숫가에 티베리아스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유대인의 4대 성지 중 하나로 탈무드 연구와 학자들의 독서열 뜨겁기로 유명하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호수에 떠오르는 해를 사진 찍기 위해 매일 새벽 호숫가에 나갔었는데 그 때마다 유대인들의 책 읽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토라나 탈무드겠지만 미국이나 한국에서 크리스천들이 성서를 집이나 교회에서만 읽는 것에 비해 매우 인상적인 독서 장면이었다.
어느 유대인 랍비는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는데 그 내용은 “아들아, 책을 벗으로 삼아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뜻일 게다. 18세기 유럽의 유대인촌에서는 책을 빌려 달라는 것을 거부한 사람에게는 벌금을 물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유대인은 책벌레다.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자연히 유대인 중에 학자와 교사가 많다. 뉴욕 고등학교 교사의 40%, 하버드 법대 교수의 30%가 유대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에는 ‘예시바’라는 공부방이 있는데 도서관과 과외교실 중간 형태다. 이 곳은 중·고교 학생들이 주로 독서하는 곳으로 입시와는 전혀 무관하다. 원래 ‘탈무드’라는 말도 히브리어로 학습한다는 뜻이다. 유대인들이 책장에 꿀을 떨어뜨려 아기에게 핥게 함으로써 자녀에게 책을 사랑하는 의식을 치르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유대인들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세기의 학자를 배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대인에게 있어 독서는 무엇인가. 현대사회는 지식의 양만 강조하고 지혜의 양은 전혀 소홀히 하고 있다. 이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독서다. 학교에서는 학문만 가르치지 인간 형성의 필수조건인 지혜는 가르치지 않는다. 한국에서 입시 관계로 매년 자살하는 학생이 4,000명이 넘는다는 통계는 지식을 으뜸으로 삼는 사회의 비극 표본이다.
사람은 인생관이 병들면 모든 것이 병들게 되어 있다. 도둑이 하루종일 생각하는 것은 남의 집 담 넘는 궁리다. 책을 사랑하는 민족과 책을 무시하는 민족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배우려면 몽골리아의 울란바트라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을 비교해 보면 안다. 몽골리아의 수도 울란바트라 거리에는 눈을 씻고 봐도 책방이 없다. 교내서점만 있을 뿐이다. 칼로 세상을 무릎 꿇게 한 징기스칸의 후예와 책을 사랑한 유대인의 후예는 오늘날 어찌 되었는가.
가을이다, 독서의 계절이다. 책을 읽자. 그리고 자녀들에게 책을 읽히자.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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