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 이재민을 돕기 위한 한인사회 대책 모임이 열린 지 17일이 지났지만 캠페인 주도기관인 한인회는 그동안 마치 이재민처럼 실종상태였다. 캠페인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나도록 시애틀 한인회가 접수한 성금은 달랑 3건에 2천6백달러였다.
애당초 시애틀지역 캠페인은 한인회와 관계가 없었다. 총영사가 주선한 모임에 다른 단체장들과 함께 한인회장도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그 모임에서 언론사들이 모은 성금을 한인회가 취합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나마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한인회 임원과 이사들이 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내면 더욱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적어도 분위기 조성에라도 앞장서야 마땅하다. 임원·이사들이 한 두시간 짬을 내 한국 마켓 앞에 모여서 모금 캠페인을 벌이며 바람을 잡을 수도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한인회가 이미 상당액의 의연금을 모아 당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벌써 미 적십자사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한인회도 있다고 들었다. 주류사회에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이런 일들을 바로 한인회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해 못할 일이 또 있다. 모금상황이 바닥 수준인 시애틀에 난데없이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총연) 회장이 나타나 기자회견을 자청한 후 “모금 창구를 총연으로 일원화하고 의연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며 거두기도 전에 쓸 일을 운위했다. 그는 기자회견이 아니라 한인회 임원들과 함께 가두 모금 캠페인을 벌였어야 했다.
한인회장들은 어느 지역이든 공통적 고질이 있다. 봉사활동은 외면하고 생색내기에는 앞장서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관심은 의연금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모으느냐는 것이다. 총연회장은 그 반대로 인식하는 모양이다.
김재국 총영사는 한인사회 대책 모임에서 모금 캠페인을 제의할 때 한인 단체장들이 어깨에 캠페인 띠를 두르고 가두 모금운동을 펼치는 모습을 상상했다며 “주류사회에 꼭 보여줘야할 그런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필자도 그날 모임을 취재하며 5∼10달러의 소액 기부자 명단이 신문 한 면을 가득 메운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렸었다. UW 한국학 살리기 캠페인에서 봤듯이 커뮤니티 차원의 모금운동은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한인들도 이제 고국의 수재민 못지 않게 미국 땅의 수재민들에게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 자손들이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김현숙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