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온 여행객과 저녁을 하는 자리에서다.
“LA에 큰 지진이 곧 일어난다는데 사실입니까”
“네? 아니 누가 그래요?”
“서울서 신문에 났다구요. LA에 살면서 그것도 모르시네”
“아, 그거요, 그건 지진 가능성을 이야기 한 것이지 곧 지진이 일어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난 9월15일 AP통신이 당국의 뉴올리언스 수해대책 소홀을 보도하면서 캘리포니아에서 지진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한 대책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을 서울에서 발행되는 어느 일간지에서 좀 크게 보도한 모양이다. LA에 대지진이 나면 1만8,000명의 사망자가 생길 것이라고 보도했으니 서울 사람의 입장에선 놀랄 만도 하다.
지진 가능성 기사에 대해서는 신문에서 조심스럽게 취급한다. 1단짜리 지진기사와 4단짜리 지진기사는 파급효과가 굉장히 다르다. ‘가능성’에 불과한 기사를 필요 이상 크게 보도하면 독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지역이름까지 들먹이는 날엔 그 동네 부동산 거래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지진을 예고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개나 고양이가 지진에 앞서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는데? 그것도 믿을 것이 못된다. 나의 해석이 아니라 미국지진연구소(USGS)가 공식적으로 밝힌 답이다. 대지진이 언제 오는가를 미리 알아낼 방법에 대해 그동안 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 왔으나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다만 장기예보는 가능하다. 그 이유는 지질의 움직임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지진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32년 이전에 진도 6.7이상의 강진이 캘리포니아에 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지진이 LA에 일어날 가능성은 60%, 샌프란시스코에 닥칠 가능성은 67%다. 그러니까 LA나 샌프란시스코를 피해갈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LA에 대지진이 일어난 것을 내용으로 한 ‘The Earthquake’(지진)이라는 영화가 있다. 찰턴 헤스턴과 에바 가드너가 주연한 영화인데 1906년의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참고자료로 하여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지진대비 홍보용으로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 지진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지진으로 인한 건물붕괴가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된다. LA의 대형 빌딩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 살려달라고 아우성 치는 장면과 집에서 개스파이프가 폭발하자 주부들이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 한다.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한 우선 집에 소화전을 비치해야 한다. 그리고 개스밸브를 잠그는 법과 이에 필요한 도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개스 잠그는 법은 가족 전체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진이 일어나면 시내가 불바다를 이루는 이유는 개스파이프가 터지거나 새기 때문이다. 또 플래시라이트도 가족 각자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영화 ‘지진’이 실감나게 설명해주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대지진이 찾아올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지진학자들은 없다. 다만 언제, 어디서 지진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다.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사항은 지진이 나면 당국의 손길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교회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을 스스로 만들어 놓는 수밖에 없다. 당장 지금 지진이 일어났다고 치자. 누구에게 연락해 무슨 도움을 청해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chullee@koreatimes.com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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