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태극기 휘날리며 ‘카트리나 상처’ 이겨내
<휴스턴> 우리는 588명의 뉴올리언스 출신 군인들이 한국전에서 조국의 부름에 기꺼이 응하면서 바친 고귀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일요일인 11일 오전 11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상처가 채 가tu지지 않은 미 뉴올리언스 제퍼슨 마을의 한국전 참전기념 공원 탑 벽면에 써 진 글이다. 바로 이 광장에 제퍼슨 패리쉬(구청 격)시정 책임자와 뉴올리언스 시 경찰 소방 책임자, 뉴욕경찰국 제퍼슨 담당 치안책임자, 지역주민 등 100여명이 복구의 일손을 잠시 멈추고 모였다. 4년전 이날,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수천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세계무역센터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추모식이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은 추모식의 장소가 한국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공원이기 때문. 침수피해로 구역질 날 것 같은 냄새가 압박을 해왔지만 이들의 추모 열기를 꺽진 못했다. 공원 안에는 크고 작은 깃발들이 허리케인 피해로 찢겨나간 채 여기저기 휘날렸다. 카트리나의 ‘위력’이 태극기의 절반을 삼켜 버렸는가 하면, 성조기와 참전용사기, 경찰 소방 관련 깃발 일부는 깃대 자체가 아예 쓰러져 있었다. 제퍼슨 마을의 참상을 알리듯 남아있는 깃발들은 흉물스럽게 나부꼈다.
수마가 삼켜 절반쯤이나 찢겨나간 태극기....... 뉴올리언스 동포들에게 태극기는 마음속 든든한 ‘고향’이었다. 이곳 동포들은 한국전 기념공원이 조성됐으면서도 태극기가 없는 점을 아쉬워하며 수년 동안 시의회에 한국전 기념공원에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 며 청원운동을 벌였다. 그러던 지난해 7월20일. 뉴올리언스 시의회는 급기야 교민들의 숙원을 풀어줬다. 그리고 지난해 광복절. 미 군악대의 애국가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극기가 나부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태극기가 찢어져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찢어진 태극기를 놓아둘 순 없었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다시 일어서야 된다는 생각이 앞섰다. 일부 동포사이에는 뉴올리언스 출입통제 때문에 태극기 교체를 미루자는 얘기도 많았다. 그러나 9.11 기념식이 끝날 무렵 민동석 주휴스톤 총영사와 신성기 영사 그리고 유민 LA 총영사관 홍보관은 가져간 태극기를 펼쳐 들고 게양대 앞에 섰다. 찢겨진 태극기를 바꿔 달기 위해서였다. 상징적이나마 카트리나로 찢겨진 동포들의 아픔을 달래주자는 의도가 있었다.
그냥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도 보여주어야 했다. 외교사절도 철저히 출입통제를 받는 이곳, 하지만 내친 김에 태극기를 빼 들었다. 그리고는 당당히 얘기했다. 9.11 추도식을 마친 경찰과 소방 책임자에게 태극기를 바꿔 달려고 하니 조촐한 기념식에 병력을 모아 경의를 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민 총영사 일행은 찢겨진 태극기를 내리고 가져간 새 태극기를 달아맸다. 이 때 누군가 애국가를 부르자고 말했고, 우리는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며 태극기를 올렸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함께 온 피해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보석가게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에 여념이 없던 김기영씨 마저도 감격스러워 했다. 직접 와서 찢어진 태극기를 바꿔다니 너무 감격스럽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반드시 일어서리라는 우리의 의지를 꺽을 순 없다는 일성이었다. 9.11 한국전 기념공원에서 벌어진 찢긴 태극기 교체 광경은 그렇게 끝났다. 태극기를 향해 경의를 표하던 패터슨 미군 중위는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9.11 추도식이 열린 것은 함께 카트리나 상처도 씻어내고 지구촌의 테러리즘도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얘기라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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