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가 유능한 사람이냐, 무능한 사람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한국정부와 미주한인들의 잣대가 다르다. 총영사가 해당지역에서 아무리 외교업무를 잘 수행 한다해도 그지역 한인들이 반정부 데모를 자주 한다든가 대통령을 규탄하는 성토대회를 벌이면 일단 그 총영사는 무능한 사람으로 정부고위층에 점 찍힌다. 특히 한국 대통령이 현지를 방문할 때 준비가 미비하거나 망신스런 일이 발생하면 영락없이 무능한 총영사로 소문난다. 따라서 코드 원행사(대통령 행사)를 잘 치르느냐 못치르냐가 총영사의 최대 관심사다.
미주한인들의 총영사 채점방식은 좀 다르다.
아무리 청와대에 신임이 있고 외무부에서 엘리트로 꼽히더라도 그 지역 한인들과 아픔을 같이 하지않는 총영사는 무능한 총영사로 간주한다. ‘동고동락’이라는 말이 있지만 ‘동락’만하고 ‘동고’를 할줄 모르는 총영사는 문제점을 파악하는 시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유대인이 “머리 두 개 달린 기형아를 한사람으로 쳐야 합니까, 두 사람으로 쳐야 합니까”하고 랍비에게 물었다. 랍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뜨거운 물을 부어 보아라. 만약 한 아이만 뜨겁다고 소리지르고 다른 한 아이는 가만 있으면 그것은 두사람으로 계산해야 한다. 그러나 두아이 모두 고통스러워하며 뜨겁다고 소리 지르면 그것은 한 사람으로 간주해야 한다”
탈무드의 이 예는 누가 유대인이냐를 가늠할 때 자주 인용되는 내용이다. 유대인이냐 아니냐는 유대인 성만 가졌다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유대인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부부도 그렇고 대통령도 그렇다. 국민들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대통령은 유능한 대통령이 아니다. 부부간에도 아픔을 나누지 못하면 그건 부부가 아니라 룸메이트다.
총영사가 유능한 사람이냐, 무능한 사람이냐의 평가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근본적인 자세는 현지 한인들과 아픔을 같이 하는 사람인가 아닌가에 달려있다. 아픔을 느껴야 한인사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이고 진단을 올바로 해야 처방을 제대로 내릴수 있기 때문이다.
총영사가 가장 피해야 할 자세가 두가지 있다. 첫째는 어떤 문제가 발생 했을때 현지 한인들에게 한국정부가 한번 본때를 보여주어야 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횃불을 들어 주위를 밝게 하려다 맞바람이 심하게 불면 자신이 얼굴에 화상을 입는 법이다. 얼핏보면 미주한인들의 처세가 좀 유치해 보일때도 있으나 바로 그자세가 이민사회에서 살아 남을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두 번째는 ‘제대말년’ 근무자세다. 이임할때쯤 되면 말썽날만한 일은 다 피하고 나몰라라하는 자세다. 이렇게 되면 분위기가 느슨해져 영사관 내부에서 가십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생기지 말아야 할 일들이 터진다. 심지어 하극상까지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재임기간동안 한인사회 행사에 아무리 자주 참석했어도 이임을 앞둔 ‘제대말년’에 일을 매끈하게 처리해 놓지않으면 그동안 쌓아놓은 업적이 다 무너져 내리기 쉽다.
미주한인들과 함께 아픔을 같이하는 총영사, 제대말년에 마무리를 잘할줄 아는 총영사가 유능한 총영사다.
이 사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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