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명함이 없습니다.
지난 29일 시카고 컵스팀과의 원정 경기를 온 LA 다저스팀의 최희섭 선수를 인터뷰하고자 락커룸까지 찾아온 한인 기자들이 저마다의 명함을 내밀자 ‘빅초이’가 순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한 말이었다. 말로만 듣던 대로 ‘빅초이’는 거구의 선수였다. 낮은 락커룸의 천장에 닿을 듯한 키에 풍채 또한 뛰어났다.
이에 어울리지 않게 큰 눈을 꿈뻑이며 차근차근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최씨의 모습은 ‘스타 선수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박해보였다. 옆에서 동료 선수들이 오늘 그가 경기를 뛰긴 했나? 이렇게 많이 몰려와 인터뷰를 하게라고 우스개 소리로 장난을 쳐도 웃음으로 대할 정도로 최씨는 원활하게 동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팀에는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모두 잘 대해주고요. 비록 대타로 뛰고 있지만, 항상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날 경기에서 최희섭은 등판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게임에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과 원활하게 잘 지내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짧지만 친해지려고 노력하고요. 가끔 스패니쉬도 배우고 있습니다. (웃음)
계속해서 대타로 뛰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선발 기회를 얻게 된다면 무엇보다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벤치에서 배우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항상 뛸 준비는 되어있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는 유일한 동양선수이자 나이 어린 선수인 최씨에게 보내는 동료들의 반응 또한 다양했다.
한인기자들이 라커룸으로 들어서자 한 선수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고, 다른 선수는 희섭을 찾아왔느냐며 그의 라커는 저쪽이라고 말하며 친절히 대해주기도 했다. 한 팀 관계자는 인터뷰를 하는 최씨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도 했다. 모두들 최 선수에 대한 한인들의 애정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오늘 경기에도 한인이 많이 오신 것을 보았습니다. 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네요라고 그는 말했다.
한인 관객이 많은 LA에서 경기를 하면 마치 한국에서 야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한 그는 그렇지만 미국에 제일 처음 왔을 때 살던 시카고는 나의 고향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에 같이 일했던 컵스 동료들과 오랫만에 만나 인사도 나누고 해 무척 반가웠다고 밝혔다.
2년전 공을 잡는 와중에 서로 부딪쳐 부상을 당하게 했던 장본인인 캐리 우드 선수와는 오늘 조우한 소감이 어떻냐는 질문에는 반갑게 맞이해줬습니다. 1월에 아기를 낳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었고요라고 답했다.
미국 팬들과 한국 팬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최씨는 미국 팬들은 선수들 하나하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게임을 즐긴다는 점이 다르고, 물론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길 원하겠지만 상대편 팀을 대하는 모습이 다르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자기 팀이 지면 중간에고 그냥 나가는 사람이 많은데, 미국팬들은 전원 매진되는 경우도 많고 끝까지 자리에 남아 경기를 즐기는 팬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시카고 팬들을 위해 스포츠 팬이 많은 시카고와 LA에서 뛰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이 내 자신이 복이 많은 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닿는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열심히 뛰겠습니다고 전했다.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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