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 종종 생각지도 않은 감사의 표시를 받을 때가 있다. 오히려 취재를 위해 시간을 내주어 감사해야 할 사람은 기자 본인인데, 날이 너무 더워 수고가 너무 많았다는 둥, 말을 너무 횡설수설해서 정리가 잘 되었냐는 등 나중에 기사 쓸 걱정까지 해주는 친절한(?) 취재원도 만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직접 만든 딸기 파이를 정성스레 구워 LA 사무실에까지 직접 들고 온 어느 주부였다. 딸과 엄마 스토리를 취재하면서 만난 풀러튼에 사는 이 주부는 딸기가 한창이라 집 가까운 딸기밭에서 욕심 내어 몇 상자를 샀는데 문득 주말에 취재 차 내려왔던 기자와 사진기자 생각이 나서 딸기를 듬뿍 넣어 파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금 막 구웠다며 아직도 온기가 그대로인 딸기 파이를 내미시며 어찌나 뿌듯해하던지…
노릇하게 구워 한눈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홈메이드 딸기 파이. 크기도 제법 커 며칠 동안 냉장고에 넣어두고 꺼내 먹었는데 갓 내린 향 좋은 원두 커피와 함께 한 숟갈 한 숟갈 떠먹는 맛이란! 허름한 우리 식탁이 호텔 레스토랑의 깔끔한 테이블 못지 않게 근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딸기 파이가 입 안 가득 달콤함을 가져다주는 내내 나의 머릿속에는 딸기 파이를 내밀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고, 먹는 즐거움으로 행복한 만큼 진심으로 고마움이 느껴졌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선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직접 만들어 준비한 음식선물은 받는 이에게 단순한 선물이 아닌 오래도록 특별한 감흥을 안겨준다.
다음달 중순으로 다가온 추석에는 가족이나 친지 혹은 친구를 위해 특별한 음식선물 한가지씩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추석 같은 큰 명절이면 항상 고향 생각하시는 어른들께 밤, 대추, 은행 등 건강에 좋은 재료 듬뿍 넣어 만든 약식은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충분히 식힌 약식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투명한 비닐에 하나씩 싸서 예쁜 리본으로 묶은 다음 소담한 바구니에 담아 드리면 정성이 담뿍 느껴진다.
매일 얼굴 맞대는 남편에게는 몸에 좋은 수삼을 꿀에 재워둔 수삼꿀을 준비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아이가 매일 먹던 간식도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건네주면 특별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알록달록 종이컵에 직접 구운 쿠키나 머핀 등을 담고 투명 비닐과 리본으로 포장하면 간단한 ‘엄마표 스낵’로 변신한다.
전화로만 매일 얼굴 보자던 친구에게는 레몬을 얇게 썰어 설탕에 재워 담은 상큼한 레몬차가 좋겠다. 비타민이 담뿍 담긴 레몬차처럼 시들했던 우정이 탱탱해질 지 모를 일이니까.
성민정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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