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가 만료된 한인 불체 남성이 26일 중앙은행 올림픽 지점에서 여권만으로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
BOA·웰스파고 등 유효 여권만으로 허가
중앙은행 제외 8곳
명문규정 없는데도
비자·미국 ID 고집
1,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내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무시할 수 없는 경제세력으로 떠오르면서 불체자에게 은행계좌를 개설 해주고 주택융자까지 해주는 미국은행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한인은행들은 이런 한인들에게 여전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웰스파고 은행, 뱅크오브 어메리카(BOA)등 일부 미 주류은행들과 유나이티드 아메리카 뱅크(UAB)나 빅터빌의 데저트 커뮤니티 뱅크, 페더럴 크레딧 유니온 등 소규모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불체자에게 은행계좌를 개설해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얼마 전부터는 멕시코 영사관이 자국출신 불체자들에게 발급하고 있는 ‘영사관ID’만으로도 은행계좌를 개설해 주고 송금서비스와 크레딧 카드까지 발급해주고 있어 체류신분을 이유로 계좌 개설조차 거부하고 있는 한인은행들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본보가 9개 한인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체자를 고객으로 인정해 은행계좌를 개설해주고 있는 곳은 중앙은행 한 곳 뿐이었다.
중앙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8개 한인은행들은 한결같이 9.11이후 강화된 ‘은행현금거래법’(BSA)상의 ‘신분확인규정’을 이유로 유효한 비자나 캘리포니아ID, 또는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불체자에게도 계좌를 개설해주고 있는 중앙은행은 한국 주민등록증이나 유효한 여권만으로도 계좌개설은 물론 송금서비스와 크레딧 카드 발급까지 해주고 있다.
중앙은행 안상필 부행장은 “911이후 은행고객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이 고객의 체류신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은 단 한 줄도 없다”면서 “법적인 검토를 마친 후 연초부터 신분확인 절차만 거쳐 계좌 개설은 물론 각종 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비자 유무와 관계없이 유효한 여권이나 한국 주민등록증, 한국 운전면허증 등을 1차 신분증으로 인정해 계좌를 개설해주고 있고 중국계 한인 불체자 등 국적에 관계없이 자국정부 발행 신분증이나 여권만으로도 계좌를 열어주고 있다.
반면 다른 8개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미국 신분증을 가지지 않은 경우 반드시 ‘비자’가 유효해야 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BSA규정에 따라 불체자가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M은행 관계자는 “방문비자를 소지한 관광객은 계좌를 열 수 있지만 미국에 10년, 20년을 살았다고 해도 불체자에게는 계좌를 열어줄 수 없다는 것이 은행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은행들은 불체자에게 계좌 개설은 물론 주택융자까지 해주고 있는 추세인데도 한인은행들은 규정만을 운운한다”며 “불체자는 은행을 이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어디에도 없는만큼 이들을 적극 수용한다면 불체자도 돕고 은행은 고객을 늘리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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