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대법관에 지명된 존 로버츠(오른쪽) 판사가 함께 물망에 올랐던 에디스 브라운 클레멘트(왼쪽) 판사 등 DC 순회항소법원 동료 법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새 대법관 로버츠 지명
낙태권 부인 등 강경파… 민주당-진보단체 완강한 저항 불보듯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예상을 뒤엎고 또다시 강수를 두었다.
법조계는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보수-진보 세력 사이의 완강한 대립구도를 감안, 지난 7월1일 사임을 발표한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으로 비교적 보수색이 옅은 인사를 지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존 G. 로버츠 주니어(50) 워싱턴 DC 순회법원 판사를 지명, 야당과의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로버츠 판사는 1992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W. 부시 대통령에 의해 DC 순회법원 판사로 지명을 받았으나 당시 상원의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은 그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인준을 차단했었다.
그는 연방 차석 법무관으로 재직중이던 1990년 낙태 자금법에 관한 케이스를 다루면서 법원에 제출한 소송의뢰서에 낙태를 여성의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대법원의 ‘로우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어야 한다는 주석을 달아 진보 진영의 분노를 사는가 하면 낙태시술소를 봉쇄하려는 반낙태 단체들의 행동은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소송의뢰서를 공동작성해 전국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같은 그의 보수적 성향 때문에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내심 그를 대법관에 임명하고 싶어하면서도 현실적인 정치역학을 고려해 인선에서 피해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실제로 스캇 맥크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19일 오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후 9시(동부시간)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부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후보군들 가운데 가장 보수색이 옅은 에디스 클레멘트(57) 제5 순회항소법원 판사를 낙점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인준과정에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피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안전위주의 선택을 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선택은 클레어런스 토마스 대법관 임명 이후 14년만에 찾아온 대법관 지명 기회를 살려 5-4로 균형을 이룬 연방대법원의 보수-진보의 중심추를 우측으로 확실히 옮겨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의 완강한 저항을 어떻게 뚫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로버츠 판사가 인준 청문회를 통과해 인준표결에 회부된다면 얼마든 승산이 있다. 하지만 인준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설사 통과를 했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로 인준 표결안 상정 자체를 가로막을 경우 공화당으로서는 이를 깨기 위해 60표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현재 상원의 의석분포로 하에서 공화당은 당내 반란표를 완전히 막는다는 전제하에서 최소한 5표를 끌어와야 하는데 지금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란표를 유도하기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로버츠 판사의 색깔 평가의 근거가 될 판결기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인준과정에서 로버츠 대법관 지명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리크 게이트’를 계기로 공세로 전환한 민주당이 낙태권 인정을 번복할 수도 있는 호기를 호락호락 공화당에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준과정에서 파란이 예상된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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