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버지, 가학적인 연쇄살인범. 동일 인물이다. BTK(Bind, Torture, Kill: 결박하고 고문한 뒤 살해)로 알려진 이 연쇄살인범의 극악무도한 행위는 희생자와 그 자신에게만 멍에로 자리하지 않는다. 이 살인범을 가장으로 믿고 산 가족들에게도 지워지지 않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연쇄살인범의 아내와 자녀들은 암흑 같은 삶을 산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이를 보도했다.
화장·몸에 끼는 옷 금지 등 지나친 간섭
앞뜰의 해골…“의사 아버지가 물려준 실험용”
썩는 냄새… “냉장고 고장나 고기 상한 것”
가족들 고향 떠나 은둔, 치욕과 고통의 나날
자신을 BTK로 칭하는 연쇄살인범 데니스 레이더(60)가 위치타 교도소에서 한 지역 TV방송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 폴라, 성장한 두 남매 케리와 브라이언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그는 “폴라는 무언가 입을 열고 있다. 조금씩 기록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매우 바쁜 모양이다”고 했다. 이 전화를 한 뒤 4일만에 레이더는 법원에서 10명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잔인한 살해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가족들이 더 이상 굴욕적인 삶을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죄를 깨끗이 털어놓았는지, 아니면 더 이상 버텨보아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판단에서인지는 알 수 없다. 레이더가 평신도회장을, 아내 폴라가 성가대원으로 있던 루터란 처치의 마이클 클라크 목사는 폴라가 최근 레이더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클라크 목사는 “폴라가 자신을 위해 최선의 길을 선택한 것 같다. 무언가 마음의 치유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교회에서 착한 신앙인이고 사회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한 남편이 잔인한 연쇄 살인자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지난 2월 남편이 살인혐의로 체포되자 폴라는 캔자스를 떠났다. 언론의 추적을 피했다. 폴라와 20대의 남매는 레이더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그를 면회가지도 않았다. 어릴 적 이글 스카웃 상을 받은 아들, 고교 골프챔피언십에 참가할 자격을 획득해 기뻐한 딸의 추억이 아버지에 대한 공포와 교차되면서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연쇄살인범’ 하면 폐쇄적이고 주위와 교류를 거의 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준다.
또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라서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두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이미지다.
그러나 레이더는 그렇지 않았다. 실제 연쇄살인범이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심심지 않게 있다. 증거가 명백해도 범인의 가족들이 믿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참으로 비극적이고 납득하기 힘든 현실이다.
1930년대 연쇄살인범 알버트 피시는 소년들만 살해했다. 게다가 인육을 먹었다. 피시의 딸은 재판정에서 피시가 자상한 아버지였다며 통곡했다. 동성애자들만 목 졸라 죽여 자신의 집 앞마당에 파묻은 인디애나의 연쇄살인범 허브 바우마이스터는 그 아들이 시신을 발견하는 바람에 체포됐다. 그의 아내 줄리애나는 그러나 남편을 믿었다. 살인범 바우마이스터는 이 시신의 해골은 자신과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의사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실험용으로 사용하다가 물려준 것을 보관하기 위해 마당에 묻었다고 했다.
또 다른 연쇄살인범 존 게이시는 집 지하실에 시체를 보관했다. 아내 캐롤 핫이 지하실에서 썩는 냄새가 난다고 묻자, 게이시는 “냉장고가 고장나 고기가 상했다”고 둘러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쇄살인범들은 자신의 아내를 철저하게 조종하고 통제하는 성향을 보인다. 워싱턴 주에서 20여 년 동안 13명을 살해한 로버트 예이츠는 아내 린다에게 화장을 하거나 꼭 끼는 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 남편의 살해가 분명하게 드러났는데도 아내 린다는 “내가 남편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할 정도였다.
연쇄살인범 데니스 레이더의 친구들은 남편의 끔직한 범죄행위에 고향을 떠난 폴라가 캔자스에 돌아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사실 폴라는 아무 잘못도 없다. 흉악한 인간과 결혼해 건강한 남매를 낳아 기른 것뿐이었다. 폴라는 최근 고향 위치타에 돌아왔다. 다시금 편의점에서 회계담당 일을 하고 있다. 폴라는 집을 경매에 내 놓았다. 폴라의 친구들은 그녀가 언젠가 다시 교회 성가대에 나와 힘차게 성가를 부르길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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