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인구의 노령화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노인들은 어려움을 이중으로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싱턴주 한인 이민역사가 한 세기를 넘겼다지만 아직도 한인사회는 1세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선 요즘도 많은 젊은이들이 미국 이민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한인사회의 노인들 가운데는 젊어서 이민 온 뒤 밤낮 없이 뛰며 일한 끝에 정년을 맞은 노인들보다는 애당초 노인인 상태에서 자식 초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이 더 많다.
이들은 평생 일하고 은퇴한 뒤 정부의 사회보장 제도 혜택을 떳떳하게 받는 미국인 노인들과 달리 아무래도 자식들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반증하듯 한인 노인들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중병 들지 않고 편안히 죽는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한국도 많이 달라져서 독립생활을 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자식과 떨어져 살아도 생활이나 여가선용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언어와 문화가 다른 미국에서 사는 한인노인들은 혼자 사는 것이 감옥생활이나 진배없다. 그러나, 항상 바쁘게 뛰며 사는 자식들에게 얹혀 사는 것은 그보다도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얼마 전에 부인과 사별한 후 혼자 사는 한 노인이 본보에 전화를 걸어왔다. 허전함과 특히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으로 자살하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하소연했다.
자녀들과 떨어져 노인 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노인이 방에서 사망한지 며칠이 지난 후 매니저에 의해 발견된 경우도 몇 번 있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처럼 중병에 걸린 한인노인들에겐 하루 하루가 지옥일 수밖에 없다. 자식에게 짐 되지 않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한 세기의 이민역사를 지닌 한인사회도 이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노인문제를 겪은 이웃 이민사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지난주 본보가 탐방 시리즈 기사로 보도했듯이 이미 4∼5세를 배출해 주류사회와 완전 동화된 일본인 커뮤니티는 오래전에 특수 재단을 설립, 양로병원 등 각종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인본사회를 취재하며 한인사회도 입으로만‘한인 위상 제고’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선진 이민사회를 따라 내실을 다지는 일부터 충실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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