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나는 어서 어머니가 되고 싶었다.
두 팔 안에 꼭 안기는 아이를 낳아
젖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 낳아 미처 다 키우기도 전에
어느새 할머니가 곁에 와 계셨다
어미만 되지 말고 당신처럼
어서 할머니도 돼보라고 성화를 부리셨다
희고 부드러운 머리카락 깊은 주름살
눈 어둡고 귀 어두워 편안한 대지를
선물처럼 나누어 주시려고 했다.
귀여운 손자들을 안을 수 있도록
안방도 서둘러 물려주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스멀스멀 기어드는 이별의 예감,
계집아이는 어서 커서 어머니가 되고 싶었다. 아기를 낳아 젖을 물리는 어머니가 부러웠다. 그런데 정작 아이를 낳자 어머니는 없고 할머니가 곁에 와서 어미가 된 다음에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란다. 어미일 때 나누어주던 일들이 할머니가 되어서야 모두 비워주는 나누어줌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며 어서 할머니가 되라고 재촉을 하신다. 어머니는 기다리기도 전에 너무 빨리 당도한 선물처럼 이렇게 할머니가 되어 가는 것인가 보다.
문인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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