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집 마당에서 상추를 키워 파는 송양우씨가 텃밭에 물을 주고 있다. <김수현 기자>
뒷마당 텃밭 채소 가꿔 파는
송양우·말임씨 부부
“돈벌이요?… 가족 먹을만큼 빼고 팔아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팔자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경제관념이 없는 것도 같다. 직업은 없다. 한국의 작은 사업체 굴려서 들어오는 수입과 투자용으로 산 아파트 렌트로 먹고산다.
노동으로 생기는 수입은 상추재배. 웨스턴과 베벌리 인근의 집 앞마당 텃밭에서 상추를 가꿔 판다. 지난 2000년 이민 온 송양우(64)·말임(58)씨 부부는 94세, 100세인 양가 어머니와 딸, 아들까지 여섯 가족의 생계를 이렇게 한가롭게 꾸려간다. 전원생활이 따로 없다.
송씨가 “상추 팝니다”라는 간판을 붙인 건 3년 전. 당초 팔려던 것도 아니다. 가족들 먹거리로 심은 상추와 파, 깻잎 등을 이웃들이 얻어가면서 고맙다며 얼마간 돈을 놓기 시작한 것. 파운드당 얼마, 이런 공식도 없다. 3달러, 5달러어치 달라면 내키는 만큼 뜯어 봉지에 담아준다.
손님이 언제 오든 상관없이 송씨 부부는 구애받지 않고 외출한다. 몇 번 허탕친 사람들이 이젠 전화로 “오늘 저녁모임이 있는데 20달러어치 따달라”고 주문을 한다. 이렇게 상추 판 수입은 월 얼마일까. “글쎄, 몇 백 달러쯤이겠죠. 사실 정확히 몰라요. 밭이라야 조그마한데 가족 먹을 만큼 남기고 파는 거니까요.”
송씨네 상추는 무공해다. “농약 쓰면 내가 못 먹기 때문”이다. 아가씨 손바닥만한 크기에 야들야들한 촉감, 대를 뚝 자르면 뽀얀 물이 우러나는 상추. 그래서 잎을 갉아먹는 달팽이나 나비 애벌레는 천적이다. 소일거리 농사지만 노동은 있다. 두 달에 한번, 60포씩 비료를 사다 뿌려준다. 매일 세 번씩 물주고, 풀 뽑고, 그늘막 쳐주고, 밤이면 플래시 켜고 달팽이를 잡는다. ‘약발’을 받아서일까. 5년 전 삽도 안 들어가던 척박한 토양, 민들레와 수풀이 무성하던 마당은 이제 지렁이가 떼로 사는 비옥한 땅으로 바뀌었다.
반 은퇴나 다름없는 생활의 일과가 궁금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스파에 가서 운동한 뒤 오전 내내 어덜트 스쿨에서 영어공부.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끼는 꼭 집에 와서 해결한다. 다 차린 밥상에 현관문 열고 상추만 뜯으면 바로 ‘쌈밥’이다. 오후엔 학교숙제와 인터넷, 주식점검을 하고 골프연습도 간다. “상추는 사랑해줘야 자라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사람 냄새가 깊어진다”는 송씨는 “전원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80세까지 은퇴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323)465-1865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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