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투자 좀 하셨습니까”
요즘 여윳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한인이라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지난 3년 동안 한인사회에 신생 은행이 4∼5개 생겨나면서 커진 한인들의 은행 투자에 대한 관심은 가히 ‘붐’이라고 부를 만하다.
신설 한인 은행들은 보통 1,500만∼2,000만달러 안팎의 초기 자본금 모집이나 증자를 하는데 투자자들의 돈이 몰려 목표액이 초과되지 않은 경우가 없고, 올들어 베트남계 사회에서도 처음으로 자체 커뮤니티 은행 설립이 진행되면서 여기에까지 한인 투자 희망자들이 몰려간 상황이다.
올초 자본금을 공모한 한 베트남계 은행은 1차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한인들이었고 현재 설립 준비중인 두 번째 베트남계 은행에 초기 투자의사를 밝힌 사람들도 4분의 1은 한인들이라는 후문이다.
은행 초기투자에 대한 관심은 재력가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어서 소액 투자자들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새로 생긴 커뮤니티 은행의 수를 따져보면 이들 은행에 몰린 한인들의 투자액 규모가 1억달러를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다보니 신생 은행 관계자들은 ‘자본금 모집이 잘 될까’보다는 ‘몰려드는 돈을 어떻게 자를까’를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고, 주식공모나 증자를 앞둔 은행의 담당자들은 ‘어떻게 투자 좀 할 수 없겠냐’는 전화에 시달리곤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은행 간판만 올리면 투잣돈이 몰리는 현상은 한인 은행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일단 은행 투자가 돈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올들어 조정국면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 상장 한인 은행들의 주가가 지난 3∼4년 동안 은행에 따라 서너 배에서 십 몇 배까지 뛰었고, 신생 은행들의 주식도 2∼3년만에 한 배 반에서 두 배 가량 오른 가격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보니 상당히 괜찮은 투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새 전반적으로 증시는 재미보기가 힘들어졌고 부동산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현금 보유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도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곳에 투잣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러나 이같은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그저 단시일 내에 돈을 불려보겠다는 생각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인 투자자들이 주주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은행과 한인경제의 성장 발전을 함께 한다는 자세였으면 좋겠다”는 한 은행 관계자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김종하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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