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맡은 대학원생 상당수가 외국출생
영어 못해 수업·토론 곤란‘역 언어장벽’
미국 대학생들이 영어를 못하는 강사들 때문에 거꾸로 언어장벽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연구 대학의 경우 강의는 교수가 담당하지만 학생들과의 접촉 ‘밀도’가 높은 토론식 수업과 과제 채점 등은 대학원생인 조교들이 맡고 있다. 문제는 조교를 맡은 대학원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학생들이어서 영어실력이 딸린다는 점.
이같은 문제는 특히 이공계에서 두드러져 공과 대학원생의 50%와 수학 및 자연과학 대학원생의 41%가 외국 태생이다.
UC버클리에 재학하는 밸러리 세린은 영어를 못하는 조교 때문에 전공까지 바꾼 사례. 의과대학을 꿈꾸며 버클리에 입학했던 밸러리는 1학년 화학 클래스에서 실험보고서에 C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 묻기 위해 조교를 찾아갔었다. 그러나 중국 출신인 조교의 영어는 거의 외국어와 다를바 없었다. 세린은 화학 클래스의 어려움 때문에 결국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꾸게 됐다.
매서추세츠 주립대학에서 4학년인 마일스 설리번도 조교 때문에 천문학과 언어학 강좌를 포기한 바 있다. 그는 두 조교가 모두 “뛰어났다”며 그러나 언어장벽이 너무 높았다고 털어놨다.
럿거스 대학도 마찬가지로 대학생들 사이에는 “외국어를 몇 개나 배웠냐”는 농담이 나돌 정도. 럿거스 대학 3학년생 앨리슨 먼로즈는 강사를 독순술(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기술)로 이해하기 위해 교실 맨 앞자리에 앉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같은 3학년생인 모하메드 이슬람은 물리학 클래스에서 조교가 가르치는 토론식 수업에는 아예 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는 토론식 수업에 제출해야 하는 숙제를 내지 못해 전체 점수의 25%를 감점 당했지만 그래도 B 플러스를 받았다고 한다.
한편 일부 학생들은 언어장벽 때문에 수백달러를 지출하기도 한다. 매서추세츠 주립대 4학년생인 로이다 마티네즈는 조교의 강의가 이해하기 어려워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과거 클래스의 강의 노트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수학, 과학, 심리학 등의 클래스에 대해 강의 노트를 구입하기 위해 클래스당 20∼75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는 이같은 학생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해주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 매년 200명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영어회화 실력을 검사, 이중 약 30명에 영어 수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장벽 문제는 그 정도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많은 학생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소 22개 주에서는 대학 강사의 능숙한 영어 구사를 의무화한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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