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고아 입양 10년새 꾸준히 증가 지난해 2만2,884명
중국 7,044명 고아수출 1위, 러시아, 과테말라, 한국 순
돈주고 어린이 산 뒤 해외입양 브로커 거쳐 거액 챙겨
“입양할 아이 죽을 병 걸렸다” 속인 뒤 다른 곳에 빼돌려
규제 약한 점 악용 ‘치고 빠지기’횡행… 국제 공조도 미진
케리 웨스트는 5년 전 베트남 소녀 투이를 입양하려 했다. 입양단체는 투이가 치명적인 결핵을 앓고 있어 입양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소녀를 입양했다. 그러나 투이의 건강이 걱정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투이는 아프지도 않았고 이미 다른 사람에게 오래 전에 입양됐다. 2002년 입양 브로커 메이-리 라트라스는 투이의 이름을 따 고아원을 지으려 한다면서 모금을 했다. 그러나 투이가 건강하고 이미 사이공에 있는 주디 모슬리에게 입양됐다 사실을 알게 됐다. 브로커 라트라스를 비난하는 글을 개인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러자 라트라스는 지난해 웨스트 부부와 다른 두 부부를 추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미국인들은 약 2만3,000명을 해외에서 입양했다. 미국에 입양되는 아이들은 1990년 한국이 2,620명으로 최대였으나 2004년엔 중국이 7,044명으로 으뜸이다. 입양 규모가 날로 증가하는데도 국제 입양에는 여전히 어두운 구석이 있다. 자격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나 단체가 입양을 주선하고 있고 정부 당국의 관리 감독이 소홀하다는 점이 문제다. 아무튼 브로커 라트라스는 자신이 부당하게 명예를 훼손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이 브로커가 돈을 목적으로 고아들을 수출하고 있다는 워싱턴 주재 베트남 대사관의 서신을 증거로 제시했다.
라트라스측 변호사는 베트남 대사관의 서신이 잘못된 정보에 근거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라트라스는 자신이 그동안 많은 고아들이 입양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고아들을 절대로 팔지 않았다. 나는 결코 어린이들을 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입양을 둘러싼 씁쓰레한 이야기들이 US뉴스 & 월드리포트 최근호에 자세히 실렸다.
라트라스는 지난 95년에도 입양관련 소송에 연루됐었다. 베트남 고아원으로 전달돼야 할 옷, 의약품 등을 가로챈 혐의였다. 40시간의 사회봉사형을 치르고서야 풀려났지만 개운치 않은 전력의 소유자다. 다른 일도 있었다. 테디 베어 입양단체의 주인인 테디 헤드스트롬은 직원들이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2003년 3월 플로리다 당국에 자격증을 자발적으로 반납했다. 지금 조지아에서 다시금 일을 시작한 헤드스트롬은 라트라스와의 악연을 떠올렸다.
“우리는 지난 7년간 입양 일을 하면서 단 한번 불미스런 일을 지적 받았다. 그런데 라트라스와 일을 한 몇 달간 약 30건의 불평사례를 접수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이에 대해 라트라스는 헤드스트롬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고아를 입양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전모가 드러난 시애틀 입양단체 사건은 입양수출이 얼마나 타락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년간 시애틀 현지와 캄보디아에서 수사를 펴 온 미 연방 수사당국에 따르면 문제의 입양단체들은 캄보디아에서 부모들에게 돈을 주고 그 자녀들을 데려간다. 부모들은 자녀가 고아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가는 줄 안다. 원하면 언제든지 자녀를 데려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들 자녀는 위조서류에 의해 고아로 둔갑하고 해외로 입양된다. 이 과정에서 거액이 뇌물 등으로 사용된다.
웨스트와 브로커 라트라스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입양과 관련한 잡음은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다. 일단 입양단체나 입양 브로커들의 자격요건 등이 미약하고 불명확하다. 억울해도 하소연할 데가 마땅치 않다. 플로리다에서는 입양단체에서 일하는 풀타임 직원은 신원조회를 통과해야 하고 최소한의 학력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상담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라트라스가 바로 상담역으로 일해 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망을 피할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설령 신원조회를 한다 해도 다른 나라에서 저지른 나쁜 행동을 추적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주법에 따라 자격증 없는 라트라스가 플로리다에서 입양을 주선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주에서의 입양은 주선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제입양을 투명화하기 위한 헤이그 협약이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마련됐지만 아직 비준되지 못하고 있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고아 수출국과 입양을 많이 하는 나라가 상호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고아 수출국들은 이런 협약에 미온적이다.
미국 당국도 마찬가지다. 입양관련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통화를 하려 해도 연결이 수월하지 않다. 일부 문제 입양알선책에 대한 기록을 조회하려 해도 당국은 자료자체가 없다거나 있다 해도 일반에 공개를 꺼린다. 해외 입양의 난맥상은 좀체 속 시원히 풀릴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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