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만다라 -김경희 칼럼-
티베트의 스님들이 미국의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사람들에게 만다라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티베트 스님들이 만물을 내장하는 진리의 세계를 중생들에게 보여주는 이번 행사는 앞만 보고 걷고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다라는 상징 형식으로 꽃과 나무, 또 원과 사각형 등을 나타낸 복잡하고도 세밀한 그림인데, 이 그림 위에 염색한 수백만 개에 달하는 고운 모래알을 한 알씩 떨어뜨려 그림에 색채를 입힌다는 것이다. 몇 사람의 승려가 함께 구슬땀을 흘리면서 몇 시간씩 이 작업을 하는데 너무나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에 한사람이 손바닥만한 면적을 완성하는데 몇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스님들이 참선하듯 온 정열을 기울여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작업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 때 비로소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탄생한다고 했다.
그림 그리기에 앞서 스님들은 염불과 독경, “찬불”로 이어지는 장엄한 예식과 함께 이 행사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스님들의 혼과 땀으로 힘들게 만들어진 예술 작품을 완성한 후에는 마지막 순서로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스님들이 순간적으로 그림을 해체해 버린다는 것이다. 만다라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스님들은 모래알 하나하나에 존재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고 했다. 하지만 만다라 그림을 파괴하는 것은 세상사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지구상에는 인간을 비롯한 기타 동물과 식물 등을 포함해 약 150만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각 생명체마다 생성과 성장, 그리고 소멸이라는 과정을 거쳐 일회성 삶을 누린 후에는 흙으로 동화해 버리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세상 살아 나가는 것을 등산하는 것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험한 산을 오르다가 산자락에서 그만 주저앉는 사람, 절반쯤 오르다가 쓰러지는 사람, 수풀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 이런 가운데 천신만고 끝에 산봉우리 정상에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산 정상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고 길이 있다면 내려가는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티베트 스님들은 만다라 의식을 통해 힘겨운 그림의 완성과 순간적인 파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세상의 삼라만상이 결국은 삶을 마감할 때는 덧없이 허망한 꿈같은 것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모진 애를 써서 나름대로의 자리에 오른 후에는 그것이 산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다시 원점인 지상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는 현실을 만다라 의식은 일깨워 주고 있다. 살아있을 때, 만다라 그림을 한창 그리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상의 길인 듯 하다.
유의 존재로 세상에 왔다가 무의 존재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하는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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