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의 입장
‘불치병 치료’요구속
거부권 행사의지 확고
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대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태도는 확고하다.
‘생명 윤리’에 어긋나는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추출을 위해 배아를 파괴하는 행위자체가 잠재적 생명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논리다.
게다가 보수세력의 핵심에 위치한 종교계는 줄기세포 연구가 궁극적으로 인간복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난치병 환자들의 체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박사의 놀라운 연구성과는 행정부의 완강한 입장에 눌려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지지여론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론의 향배에 민감한 정치권이 먼저 반란의 기치를 올렸다.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협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연구 증진법안이 하원에서 238대 194표로 가결된데 이어 상원도 이를 조속히 승인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양원이 대통령 거부권을 번복하는데 필요한 지지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궁극적인 결정권은 부시 대통령이 손에 쥐어져 있는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을 제한한 이후 이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4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직무 수행 지지도가 46%로 추락한 부시 대통령으로선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우는 국민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최근 공화당 조사단체가 13개 공화당 우세 지역구 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역 유권자들은 66%대 27%로, 공화당 유권자들도 53%대 37%로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했다.
이같은 여론을 반영하듯 연방의회는 줄기세포 연구 지원확대 법안에 적극적이다. 최근 의회가 당파적인 논쟁에 휩싸여 8년만에 최악인 35%의 참담한 지지율을 기록한 가운데 민주당 의원과 공화당 의원이 공동 상정한 줄기세포 법안은 오랜만 보여준 초당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상원에서도 톰 하킨 의원은 “미국인들은 더 이상 우리의 최고 과학자들이 줄기 세포 연구의 완전한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조속한 표결을 촉구했다.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배아 줄기세포 배양이 성공하고 영국, 싱가포르 등지에서도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미국이 이 분야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초조감도 엿보인다.
<우정아 기자>
“윤리논쟁 속 연구경쟁 불붙어”
■한인 과학자들을 통해 본
미국내 반응과 전망
누군가가 해야할 일
황교수 업적에 찬사
◇누군가는 깨야할 껍질을 깼다=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배양 결과가 알려진 후 생명공학분야의 미국내 과학자들은 “누군가가 했어야 하는 일을 황교수가 해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윤리적 논란과 함께 줄기세포 연구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특히 이에 자극 받아 연방 하원이 줄기세포 증진법안을 가결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연구원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칼텍 생명공학부 책임연구원 최상돈(46) 박사는 “윤리적 논란 속에 주저하던 과학자들도 황교수의 업적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의대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연구를 진행중인 김광수 박사도 “한국 학자로서 세계적 조명을 받은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성과가 당장의 결실로 비춰질까 우려되는 면도 있다”고 성급한 자세는 경계했다.
◇윤리에 발목잡힌 미국은=1997년 복제양 돌리 탄생후 전세계적으로 동물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복제와 난치병 연구는 상당 수준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인간 난자를 이용한 연구는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가능했다. 특히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는 연방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금해 실질적으로 과학자들이 선뜻 연구에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난자에 다른 세포의 핵을 이식하더라도 14일이 지나면 신경세포가 나타나는 등 본격적인 생명체로서 성장을 시작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기독교계 성향의 미국에서는 과학자들이 쉽게 뛰어넘기 어려운 윤리적 장벽이 둘러싸고 있던 셈이다.
◇전망=미 과학, 의학계에도 인간 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도 신기술 개발에 뒤쳐진다는 생각에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해 관련 연구비 3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법안이 통과돼 이 분야 연구의 해방구로서 가장 큰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박사는 “현 상황에서 UC샌프란시스코, UCLA, USC등이 가장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수백여 연구소가 있기 때문에 연방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크고 작은 가시적 성과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8월 11~13일 UC어바인에서 열리는 재미한인과학자협회(KSEA) 연례총회에서는 ‘줄기세포’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이번 성과의 주역인 서울대 황우석, 문신용 교수와 미주 한인 과학자들이 참석해 성과와 전망을 논할 예정이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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