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 무기력과 우유부단의 대명사로 조소를 받아온 중도파가 양 극단의 당파주의에 대한 대안이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은 헌법과, 상원의 두 늙은 황소(원로)가 의회의 오랜 전통이 영구 손상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해줬다
각각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연방 고등법원 판사 지명자 인준문제를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간 격돌 끝에 우려돼온 상원의 파국을 막은 양당의 중도 온건파에 보낸 찬사이다.
두 신문은 전날밤 공화당 7명, 민주당 7명의 의원이 예기치 않은 타협책 합의를 통해 의회 안팎의 양당의 주전파와 이에 떼밀린 지도부의 충돌 전략을 극적으로 막아낸 것에 대한 분석 기사에서 다소 흥분한 기미마저 보이며 이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양당 14명의 중도파가 타협책에 합의함에 따라, 공화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무한 반대토론 전략을 봉쇄하기 위한 의사규칙 개정을 강행할 수 없게 됐고, 민주당 지도부도 고등법원 판사 지명자들에 대한 찬반투표를 무한정 미루지 못하고 최소한 일부에 대해선 금명간 투표 실시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같은 타협의 주도자는 차기 대선후보군의 한사람인 존 매케인 의원이지만, 뉴욕 타임스는 막후 주역으로 양당의 최고 원로인 로버트 버드(87.민주.웨스트 버지니아)와 존 워너(78.공화.버지니아) 의원을 들었다.
상원 최다선으로 반세기 이상을 의정에 봉사한 버드 의원과 워너 의원은 양당 중도파의 협상이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던 지난주 둘만 따로 만나 알렉산더 해밀턴의 연방주의 보고서 제 66호의 문구를 뜯어보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대통령의 공직 지명에 대한 충고와 동의 권한을 상원에 준 의미가 뭔지 되돌아 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 결과 양측은 연방주의 보고서에서 말한 ‘충고’란 대통령의 지명권 행사와 관련, 상원과 대통령이 협의한다는 뜻이며 이같은 건국 초기의 관행으로 돌아가는 게 상원의 충고와 동의에 불행하게도 수반하게 돼 있는 증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게 됐다.
특히 버드 의원은 협상파들의 회의가 열릴 때마다 나라, 확립된 제도, 그 다음에 우리라는 말을 참석자들에게 상기시켰다.
중도파가 아니지만 매케인 의원과 친분관계 등으로 합의문에 서명한 린제이 그레이엄(공화) 의원은 나로선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고향 주민들이 나에게 원하는 일을 했다. 그것은 ‘상원의원이 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의회 안팎의 강경파에 의해 배신자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상황에서 트렌트 로트(공화) 의원은 초기엔 중도파의 협상 움직임에 관심을 보였으나, 보수단체들의 비난공세에 결국 발을 뺐다.
워싱턴 포스트는 말은 용감하게 당파를 떠나 활동하겠다고 하면서도 행동은 말을 따르지 못해 무기력과 우유부단의 대명사로 조롱받아온 의회 온건파들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과시했다며 놀라운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두 신문은 이번 중도파의 합의가 얼마나 지속될지, 특히 공화당과 민주당간 본싸움이 될 올 하반기 대법원 판사 지명자 인준투표 때도 중도파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했지만, 양극단적인 당파주의가 점차 심해지는 상원에서 모처럼 본 중도 온건파의 타협과 협력의 미덕엔 의문을 달지 않았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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