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온두라스·니카라과 등지서, 매년 25% 증가
먹고살길 막막한데 갱 범죄는 날로 악화…‘목숨 건’월경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앙아메리카 출신 불법 월경자들이 매년 25%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정부 집계에서 드러났다. 이는 이들 불법 월경자들이 체포돼 추방되거나 월경 도중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파악된 수치다.
이들 불법 월경자들이 미국 행을 고집하는 것은 자국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안 없는 사회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다.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해 있다. 멕시코와 온두라스 정부측도 이들 불법 월경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인정했다.
멕시코 국경 도시 타파출라의 온두라스 영사관에서 일하는 알렉스 패치코 영사는 일부 불법 월경자들은 강에 빠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당해 자신이 도움을 주었다고 전했다고 LA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패치코 영사는 지난 2003년 말 부임한 이래 불법 월경자들이 30% 가량 폭증했다고 일러주었다.
심장병 노모 돈 없어 약 못 사 “결심”
축구열기만큼 뜨거운 “가자 북으로”
달리는 기차 타다 팔다리 절단 속출
불법 월경자 말론 데이빗(18)은 북쪽으로 달리는 기차를 뛰어 올라타기 위해 같이 온 200여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버려진 화차나 연료탱크 위에 올라가 달리는 기차로 옮겨 타는 위험한 행동이다. 경찰이나 철도 안전 관계자들도 이들을 제지하려 들지 않았다. 젊은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듯했다.
데이빗의 목적은 플로리다에 가서 돈을 벌어 심장병을 앓고 있는데도 돈이 없어 약을 제대로 사 먹지 못하는 고향의 어머니에게 송금하는 것이다. 강을 건너 멕시코로 진입한 데이빗의 행동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경구를 연상케 했다. 대단한 발명은 아니지만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홀로 어려운 길을 떠나는 것이고 이러한 행동이 그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가 걸려 있다.
매년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월경자들은 멕시코 출신이 대다수다. 약 50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중남미 출신들은 전체 불법 이민자 가운데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의 불법 월경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는 게 이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추방된 불법 월경자 가운데 중남미 출신이 2003년 1.5%에서 2004년엔 1.7%로 늘었다.
게다가 이들의 불법 이민 추세는 이미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가족과 친지들의 독려에도 기인한다. 이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생각을 좀 더 쉽게 가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미국 행이 한결 심리적으로 수월하다.
국경지대 강을 건너려면 돈을 내야 한다. 타이어 튜브를 엮어 만든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1인당 50센트가 ‘뱃삯’이다. 이도 아깝다면 맨몸으로 100피트 폭의 강을 건너야 한다. 그 다음엔 국경지대를 달리는 기차를 타는 것이다.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치안 당국은 2004년 중앙아메리카 출신의 불법 월경 추방자 수가 36%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치아파 지역에서 기차를 몰래 올라타다 떨어져 신체의 일부가 절단된 불법 월경자들의 수가 50% 증가했다. 그리고 국경지역의 한 모텔 숙소를 이용한 뒤 월경한 사람들의 수가 25% 늘었다.
미국으로 넘어 온 불법 월경자가 어느 정도 인지 정확히 집계할 수는 없지만 멕시코 국경을 넘는 중앙아메리카 출신들의 수를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멕시코 정부는 이들 월경자들이 급증하자 임시 터미널을 짓고 있다. 국경도시 타파출라에서는 하루 평균 25대의 버스가 불법 월경자들을 다시 국경 밖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약 700명 정도가 월경하다 붙잡혀 고국으로 가는 것이다.
이들의 고국의 경제상황을 개선해 젊은이들이 미국으로 오지 않고 본국에서 일하고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미국 행을 막을 방도는 없다. 이제는 이들 젊은이들에게 미국 행은 축구 열기만큼이나 강렬하다.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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