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번 리버사이드 프리웨이 유료차선
왕복 11달러… 2시간 거리 30분만에
인구 급증 따라 연간 30만대 이용
정부 돈 없어 민자유치 불가피
버지니아, 텍사스, 워싱턴 등
전국 4,000마일 유료화 계획
91번 리버사이드 프리웨이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차가 많고 사람도 많아 당연한 현상이지만 시간대에 관계없이 시간당 약 10마일 정도밖에 달리지 못하는 프리웨이라면 더 이상 프리웨이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프리웨이 가운데 하나로 뽑힐 정도라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그런데 메인 프리웨이에서 잠깐 눈을 떼어 좁은 옆길을 보면 도로가 텅 비어 있고 간간이 차량 한 두 대가 씽씽 달린다. 프리웨이 고속차선을 신나게 달린다. 종종 ‘렉서스 레인’으로 불린다. 비행기로 따지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의미한다. 이 차선을 이용하면 2시간 거리를 30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약속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에 늦을 염려는 붙들어매도 된다.
한가지만 결정하면 된다. 특혜를 누리기 위해 렉서스 레인을 이용하자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왕복 11달러를 내야 한다. 이곳 뿐 아니다. 미국 전역에서 유료 하이웨이가 등장하고 있다. 시카고, 버지니아, 워싱턴, 텍사스 등지에 유료하이웨이 건설이 진행중이다. 4,000마일 구간이 유료 하이웨이로 지정될 예정이다.
교통체증이 심해도 주 및 연방 정부는 도로 개수나 신규건설 예산이 없다고 죽는소리다. 그래서 많은 주정부들이 유료도로를 운영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민자로 도로를 건설한 뒤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에게서 돈을 받아 공사비를 보전하는 계획이다.
그리고 유료도로 사용료는 차량 내 승객 수, 체증 정도에 따라 차별화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카풀을 독려하는 차원에서다. 또 카풀레인이 유료화 할 수도 있다. 교통체증과 예산 제한이라는 두 가지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방안이다. 1956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무료 프리웨이 시스템에 일대 수술이 가해지는 셈이다.
향후 5년 내 전국 하이웨이에서 병목현상을 빚을 곳이 40%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인들이 연간 체증으로 차안에 갇혀 있는 시간은 평균 46시간이다. 주행거리는 지난 20년간 80% 늘었는데 반해 도로는 4%만 증가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약 50만대의 차량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LA지역에서는 운전자가 연간 평균 93시간을 도로체증으로 허비한다. 전국 최악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지난 1월 민자 유치를 통해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LA동부 리버사이드에는 지난 25년 새 주민수가 3배나 증가했다. 비교적 집 값이 싼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체증이 말이 아니다. 리버사이드에 살면서 인근 오렌지카운티나 LA카운티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리버사이드 프리웨이는 하루 30만 대의 차량이 이용한다. ‘샌타애나 크롤’(Santa Ana Crawl)이라는 별명이 불릴 정도다.
91번 리버사이드 프리웨이의 고속차선 사용료는 시간대별로 다르다. 일반 차선의 혼잡상태를 점검해 사용료를 조정한다. 편도 최저 1달러에서 최고 7달러까지 다양하다. 물론 일반차선의 카풀레인은 그대로 무료다. 그러나 주민들은 불만이 있다. 도로를 건설할 때 세금 명목으로 개스 택스를 지불했는데 이번에 또 사용료를 내라니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 여유 있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고속차선을 만들어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도 대다수 운전자들은 유료도로를 좋아한다. 평균 15-20마일밖에 안 되는 일반차선을 피해 시간당 60-65마일을 달릴 수 있다면 아이들 축구시합, 의사상담, 비즈니스 약속 시간에 맞추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료차선은 부수적 효과도 냈다. 일반도로의 카풀레인 이용자가 늘었다는 점이다. 카풀에 시큰둥하던 운전자들이 이젠 카풀레인을 이용하면 고속차선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체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경제적 심리적 효과를 인식한 것이다. 매주 5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 카풀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유료 하이웨이의 장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있다. 유료화 한 뒤 걷히는 돈을 도로보수나 확장, 신설 등에 투입하는 것보다는 다른 용도에 전용하는 데 대한 우려다.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자를 유치해 유료도로를 세웠다가 수지가 맞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오렌지카운티 73번 하이웨이는 민자를 유치해 채권을 발행했는데 수입이 저조해 지불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인근에 무료 도로가 있고 상태가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굳이 돈을 내고 유료도로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상당수 운전자들의 얘기다. 유료도로를 건설할 때 이것저것 따져야할 게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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