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중 1명 꼴 18세 이전 우울증, 여자가 남자의 2배
공부 흥미잃고, 말없고, 어울리지 않고, 매사 귀찮아하고…

틴에이저 아들이 온종일 잠만 잔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무척 신경질적이다. 무엇이든지 마구 먹어대거나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딸의 분위기가 푹 가라앉아 있다. 울적해 한다. 제 방에 틀어박혀 있다. 간단한 자질구레한 일도 하지 않는다. 틴에이저 자녀가 이러한 태도를 보일 때 부모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하버드 의대 교수들이 예민한 틴에이저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던진 조언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가 담았다,
틴에이저들의 두뇌는 감정의 소용돌이라는 요소를 내장하고 있다.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자꾸 거리를 두려하는 것도 이러한 두뇌작용의 일환이라고 신경과학자들은 설명한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틴에이저 자녀가 성격이나 행동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심각한 우울증 틴에이저 7%는 성인 된 뒤 자살 시도
항우울제 복용하고 적절한 운동, 남 돕는 일은 생기 줘
부모가 자녀의 생각과 행동 주시하는 게 예방의 첫걸음

틴에이저 12명 가운데 1명 꼴로 18세 이전에 심각한 우울 증세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들이 소년들보다 우울 증세를 보이는 확률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은 틴에이저의 절반 가량이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는 섬뜩한 내용도 첨가됐다.
그리고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틴에이저의 사망 원인 중 3번째다. 틴에이저 가운데 약 5%는 한 번 정도는 우울 증세를 앓았으며,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던 틴에이저의 7%는 성인이 된 뒤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틴에이저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별, 또래로부터의 왕따, 성적비관, 부모와의 갈등 등등. 이밖에 뚜렷하게 밝힐 수 없는 이유로도 틴에이저들은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우울증은 며칠간 지속되기도 하고, 몇 주 또는 몇 달간 이어지기도 한다. 우울증에 빠진 틴에이저는 생물학적으로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도무지 삶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우울증이 항상 슬픈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머리가 아프다거나 배가 뒤틀린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뜸해지면서 가족들과도 조금씩 거리를 둔다. 활력이 없고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하며 식욕도 저하된다.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틴에이저에게서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 패턴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등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빠져 있으면 비정상이다.
항우울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지만 많은 틴에이저를 치료한다. 그래도 이 약에 대한 부모의 우려는 대단하다. 사실 처음 약을 복용하면 행동이 더 이상해지고 자살충동을 강하게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고 우울증을 방치하면 위험은 더 크다.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실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항우울 치료를 받는 자녀는 부모가 잘 돌봐야 한다. 약 복용 후 상황이 악화된 듯하면 즉각 전문의에 연락해야 한다.
그래도 약은 우울증 치료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내면 우울증도 피해갈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에어로빅 체조를 한 틴에이저 절반이 우울증을 극복했다.
잘 자고 잘 먹는 것도 우울증 예방에 좋다. 심리치료사가 틴에이저의 기분을 좋게 하는 요소와 우울하게 하는 요소들을 개인별로 가려내 적절히 대응하는 법을 돕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고 남들에게도 유익한 일을 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박애주의적인 행동은 두뇌의 활동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끈다.
장래에 더 좋은 항우울제가 나올 것이다. 또 이와 함께 틴에이저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항우울제 약을 선별해 처방하는 보다 효율적인 방안도 고안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틴에이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기존의 교우관계 등을 잘 유지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생각들에 얽매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또한 자신만을 생각하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 남과 커뮤니티를 위해 무언가 한다면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그만이다.
부모들은 틴에이저 자녀가 이러한 생활자세를 갖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도록 옆에서 도와야 한다. 소년 소녀에서 사춘기를 지나 건강한 성인이 될 수 있도록 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