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등 민감사안 대립
사법부 권한 제한 추진까지
대법관, 이례적 우려 표명
워싱턴에서는 지금 의회와 사법부 사이의 전쟁이 한창이다.
의회가 연방판사의 재량권에 연이어 제동을 걸면서 끓어오르기 시작한 연방의회와 사법부의 갈등은 플로리다주 식물인간 테리 샤이보 케이스를 계기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연방의회는 공화당 주도로 샤이보 케이스를 연방법원이 다룰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사법부는 플로리다 지법에서부터 연방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개입을 거부했다. 플로리다주 사법부가 10여년간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 내린 판결을 연방의회가 특별법 제정으로 일거에 무효화시킨데 대해 법조계가 집단반발을 일으킨 셈.
테리 샤이보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노력에 앞장섰던 탐 딜레이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이같은 법조계의 반발을 “사법부의 발광”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관련 판사들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호화판 공짜 여행과 가족의 금품수수설로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딜레이 원내총무는 이미 2002년 12명의 의원들로 모임을 구성하고 매달 한 번씩 사법부의 관할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 모임의 지지자들은 미국 헌법 제3조가 연방의회에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할 근거를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임이 상정한 법안 중에는 부분낙태금지법과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결혼보호안에 법원이 개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데 일부는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저지됐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진보적이기로 유명한 제9지구 순회항소법원을 분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의 일등공신인 사회적 보수주의 세력도 사법부에 대한 불만이 목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십계명 게시 등 정교분리 이슈, 동성결혼, 낙태권 등 보수단체들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문제들에 사법부가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
보수단체들은 ‘개입주의적’(activist) 판사들이 법을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판사석에서 법을 제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세력은 사법부를 더 보수적으로 만들기 위해 현재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방법원에 지명한 보수적 판사들의 인준을 추진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정치제도 가운데 가장 비민주적인 사법부에 대한 불만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월 시카고 연방판사의 가족이 무참하게 살해되고 3월 애틀랜타 판사가 법원에서 사살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정치권에서 고조되고 있는 공격적 어조는 판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샌드라 데이 오코너, 앤토닌 스칼리아, 스티븐 브레이어 등 3명의 대법관이 21일 매우 이례적으로 공개 토론에 참석, 연방의회가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를 향해 보이고 있는 적의에 우려를 나타냈다.
보수세력에 가장 가까운 스칼리아 대법관도 판사들이 정치적인 실체가 되어가고 있다고 두둔하면서도 이에 따라 비판세력이 대법원을 장악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오코너 대법관은 수개월 전부터 몇 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법원 점심에 초대해 대화를 여는 등 입법부와 사법부의 갈등을 가라앉히기 위한 조용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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