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까지 뉴욕의 섬유 시장은 일본 종합상사가 독점해왔다. 이토추상사 등 일본 상사들은 섬유제품을 미국의 의류업계에 90% 이상 공급해왔다.
뉴욕 섬유시장은 한국과 중국 등의 생산업체와 미국 의류업체를 연결하는 고리의 역할을 담당한다. 흔히 ‘커터(cutter)’라고 부르는 이 섬유시장에 한인 수입도매업체들이 뛰어들어 판도를 바꿨다.
’프리미어(사장 배상순)’사는 86년 이 섬유시장에 뛰어들어 일본 상사들의 아성을 제친 대표적인 업체다. 당시 한국의 원단 생산업체들이 주로 수입업체나 도매업체를 상대하다보니 마진이 낮아지고 미국 의류업계와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배상순 사장은 당시 미국의류업체들이 한국 생산공장보다 일본 상사의 말을 더 믿는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 섬유생산업체들이 수입업체에 오히려 낮은 가격에 물품을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원단 샘플을 들고 브로드웨이에 몰려있는 미국 의류업체를 찾아다녔다.문전박대를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고 같은 한국 제품이라도 일본 상사의 것을 더 인정해주는 풍토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이 많았다.
그는 프리미어사를 운영하면서 꼼꼼한 일처리와 정확한 선적 일정 준수 등으로 명성을 얻었
다. 공급처인 섬유생산공장(Mill)에는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주고 구입처인 의류업체에는
필요한 원단을 정확하게 전달해줬다.
현재 뉴욕 섬유시장은 연간 10억달러 규모로 한인 150여명이 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일본 상사들은 이 시장에서 한인 섬유업체에 밀려 손을 들었다. 프리미어사는 연간 5,000만
달러의 매매 계약을 성사시키는 선두업체다.
프리미어사는 한국과 중국, 홍콩, 대만 등의 섬유생산공장 25곳과 거래하면서 미국의 의류업
체가 원하는 원단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의류업체는 쉽게 생산업체와 소매업체로 분류할 수 있다.
의류생산업체 중에서 프리미어사가 원단을 제공하는 곳은 폴로와 리즈 클레이본, 존스 뉴욕,
켈우드 등이 있으며 의류소매업체로는 월마트와 타깃, 리미티드, 갭, 메이시, 블루밍데일, 메
이, JC 페니 등이 있다.
배 사장은 각 업체에 들어가는 다양한 원단 제품을 적합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생산
업체 및 의류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어사는 일종의 세일즈 랩(sales lab)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생산업체와 의류업체가 느끼는 의존도는 상당하다. 의류업체 입장에서는 직접 생산공장을 찾아다니며 원하는 품질의 원단을 구할 필요가 없으며, 생산업체에서도 의류업체의 구미에 맞는 원단 정보를 프리미어사를 통해 구할 수 있어 양쪽이 모두 만족한다고 한다.
프리미어사는 매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생산업체의 트레이드쇼인 ‘프리미어 비전’ 트레이드쇼와 텍스 월드 쇼 등에 찾아다니면서 유행할 패션의 트렌드를 연구하고 공부한다.
아시아 인터스토프쇼(Asia Interstoff Show)는 앞의 트레이드쇼에서 정보를 취합한 뒤 물품 구입 상담을 진행하는 주요 장소다.배 사장은 우리 회사를 비롯한 한인 섬유회사들이 일본 종합상사를 제치고 뉴욕 섬유시장을 석권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