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니 강(오른쪽 두번째) 육군 모병관과 첫 휴가를 나온 김상규 상병(왼쪽부터), 데이빗 이 일병, 강호준 이등병이 할리웃을 걸으며 훈련소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훈병생활 끝내고 크리스마스 휴가나온 병사들
병과훈련·자대배치 앞서
할리웃서 짧은 자유시간 만끽
“군인으로서 국가의 부름을 받는 다면 어디든 상관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미육군 김상규(21)상병, 데이빗 이(24)일병, 강호준(21)이등병. 혹독한 기초훈련을 마치고 첫 휴가를 나온 이들은 거리에 흐르는 캐롤과 색색의 현란한 작은 전구 불빛이 가슴에 새롭게 와 닿는다.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디에 배치될지도 모르지만 휴가에 맞은 크리스마스는 다른 어느 때보다 색다르고 즐겁기만 하다. 앳되지만 검게 탄 얼굴에 훈련으로 단련된 늠름한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믿음직한 한인 병사들이다.
이라크의 미군 희생이 급증하는 시기에 자진 입대해 훈련을 받았으나 이들에게 전쟁은 역시 꺼내기가 껄끄러운 화제다. 이 일병은 “바깥 세상과 두절된 것도 이유지만 전쟁에 대한 언급을 꺼려하는 분위기”라며 “간혹 이라크가 거론되면 모두들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회피했다”고 병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고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 강 이등병은 “휴가를 나오니 뉴스에서 미군 전사 소식만 전해 걱정되지만 명령이 떨어질 때 주저 않고 달려갈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김 상병은 귀신 잡는 한국 해병대 출신이다.
병장 만기 제대 후 이민 온 김 상병은 미군 3년 복무가 LA한인사회에서 그냥 지내는 것보다 얻을 것이 더 많다는 생각에 자진 입대했다. 여자친구까지 결별하고 입대한 김 상병은 “한국 해병대 경험으로 미군 훈련은 캠핑 온 것 같았다”면서도 “강압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지시에 따르고 훈련에 임하는 훈련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미국이 강대국이 된 이유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일병은 넓은 세계를 접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을 다니다가 입대했다. 조교의 고함소리와 함께 기상, 일률적인 아침운동, 쉴 사이 없는 훈련이 주는 부담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지만 한민족의 오기 하나로 버티었다고 한다. ‘몸’을 만들어 주는 규칙 생활과 운동 덕에 체중은 20파운드가 늘었다고 한다. 강 이등병은 훈련을 마치고 나서 군살 4파운드가 빠진 날씬한 몸매를 가지게 됐다. 담배도 못 피게 하는 절제된 생활을 강요하는 육군 훈련소 전통 덕에 불가능하게 여겨지던 금연에도 성공했다.
군대에 모두 효자라고 했다. 김 상병은 아버지에게 드릴 술을, 이 일병은 남동생에게 줄 목걸이를, 그리고 강 이등병은 비행기를 갈아타는 애틀란타 공항에서 기념품을 구입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귀대하는 이 일병을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은 새해에 병과 훈련을 받기 위해 LA를 떠난다. 그때까지 이들은 클럽에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특히 식구들과 못 나눈 이야기를 밤새할 예정이다.
김 상병은 “여행 중 비행기 승무원이 ‘승객들 중 휴가 장병이 있다’는 기내 방송을 하자 미국인들이 와하는 고함을 지르며 박수를 칠 때 미국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한발 들여놓았다는 자부심을 느꼈다”며 군대에 두 번 간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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