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유흥업소 여종업원 회한의 연말
지난 5월 캐나다 통해
한인타운 기거
호기심에 복용, 중증
스스로 재활센터 찾아
LA 한인 유흥업소 여종업원 중 상당수는 한국서 온 원정파라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 중에는 밀입국을 통해 들어온 미국에서 나름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이들 중 한 사람인 강지혜(가명·26)씨는 그러나 타운 유흥업소 생활 몇 달만에 마약중독자로 전락, 뼈아픈 후회의 연말을 맞고 있다.
지난 17일 새벽 0시께 한인타운 한 호텔에서 강씨는 몇 달 전 건네 받은 타운방범단 스파트 한 대원의 명함을 꺼내들었다. 강씨는 “더 이상 마약을 하기 싫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땅에서 그는 삶의 마지막 탈출구로 전화를 돌렸다.
마약 기운이 채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았지만 강씨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17일 오후 입을 열었다.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고 한국에서 온 저같은 친구들이 다시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캐나다 국경을 통해 미국에 밀입국했다는 강씨는 26년이란 삶 속에서 불과 8개월에 불과한 미국생활로 인해 삶이 완전히 바뀌어졌다고 한다.
일본 신주쿠의 유흥업소에서 4년여간 일한 적이 있다는 그녀는 LA 한 한인업소에서 일하며 한 달반 동안 밀입국할 때 진 빚 1만달러 중 7,000달러를 갚을 정도로 또순이 생활도 했다.
하지만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남자와 9월부터 동거를 시작하며 마약에 손을 댔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인터뷰 내내 강씨는 자리에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들린다며 환청현상까지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다운타운 한 아파트에 살았다는 그녀는 마약과 잠자기로 하루를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동거남에겐 마약이 떨어지는 날이 없었고 호기심에 조금씩 손대던 마약은 강씨를 파멸의 길로 몰아 넣었다.
강씨는 “누구도 내게 마약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스스로 길들여진 거죠”라며 체념하듯 말했다. 강씨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뭔가 숨기는 것 아니냐”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며 불안한 심리상태를 드러냈다.
마약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기 원했던 강씨는 혼란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씨는 “어떻게 해야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강씨는 “한국에 당장 가고 싶어요.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됐는지…”라며 재활센터 치료를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마약을 한지 만 하루가 지났다는 강씨는 “이제 마약 생각은 나지 않아요”라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뫼비우스의 끈처럼 엮여 있는 삶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밀입국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꿴 강씨의 여권은 브로커의 손을 거쳐 한 유흥업소에 보관돼 있다. 한국행 비행기도 연말에는 자리가 없다. 행복한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 강씨의 자리는 없어 보였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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