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유권자 지원이 결정적

주류사회 “거인이 잠에서 깨어났다”
아시안 인구 전체의 30%

지난 2일 실시된 어바인 시의원 선거 결과, 최석호·강석희씨 등 2명의 한인 후보가 시의회 동반 입성을 목전에 두게 된 것은 어바인 거주 아시안 유권자들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당적을 달리하며 표밭을 누볐던 이들은 물론 어바인 주류사회에도 강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지만 아시안 후보란 사실 때문에 아시안 유권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음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다른 후보들을 앞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주류사회는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들이 동시에 당선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이들의 당선권내 들 수 있도록 아시안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에 참여한 사실을 ‘거인이 잠에서 깨어났다’란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최씨나 혹은 강씨는 이같은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최씨는 “아시안 후보란 사실 때문에 아시안 유권자들의 한 표를 얻는데 유리했다”며 “당적과 정치노선에 관계없이 일부 아시안 유권자들은 아시안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강씨는 “베트남 혹은 중국 커뮤니티에서 선거 유세를 벌일 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은 아시안 입니까’란 질문과 함께 이를 확인하고 나선 ‘선거에서 당신을 찍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어바인은 OC에서 아시안의 득세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아시안이 전체 인구의 30%(4만6,000명)를 차지할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반영한다.
또한 UC어바인(UCI) 재학생 가운데 아시안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훨씬 넘는다. 중국 문화센터 신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고 아시안 종교기관 및 사회단체가 산재해 있다.
이에 따라 UCI에서 아시안-아메리칸 학과를 가르치고 있는 존 리우는 “어바인 아시안 지역사회의 견지에서는 아시안 시의원 배출이 빠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우는 “이들의 시의원 당선이 확정되면 어바인에서 아시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들의 승리는 다른 아시안들의 주류사회 활동참여 증진에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씨나 혹은 강씨가 선거에서 이긴다면 이는 반드시 아시안 유권자들의 몰표 덕분만이 아니라 주류사회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씨는 “어느 특정한 소수 민족계에만 치중하지 않고 전체 주민을 상대로 선거유세 활동을 펼쳤다”며 “지난 6년 동안 어바인 통합교육구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좋은 평판을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잘 알려지지 않은 주류사회에 얼굴을 알리기 위해 나선 것은 커다란 도전이었다”며 “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시의 4만5,000가정 가운데 1만6,000가정을 가가호호 방문할 정도로 열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시의원 당선의 영광을 안게 되면 부분적으로 매우 역사적인 일로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심지역이 아니라 주로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여겨지는 교외지역에서 이들의 정계 입문이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한 교외지역 선거에서 소수 민족계 후보가 이기기 위해서는 주류사회의 표를 획득해야 하며 선거전이 박빙의 승부로 진행될 때 아시안 유권자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황동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