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내리는 비가 유독 슬픈 것은
어디로도 흐르지 못하고 스며드는 침묵 때
문이다
조갈로 검게 타 들어간 입을 벌리고 있는
대지는
검은 먹구름의 하늘을 삼킨다
사막에 내리는 비가 유독 무서운 것은
그늘지는 대지 위, 선명히 돋아나는 외줄기
길 때문이다
밤이면 길들은 네온의 야릇한 발정으로 빛
을 발하고
검은 털의 사람들이 깃을 세운다
사막에 내리는 비가 유독 아픈 것은
모래 위로 박히는 그림자의 낯선 서먹함
때문이다
끝난 길에서 다시 수많은 길들이 기지개를 켜고
어김없이 돌아온 이들이 다시 그 길 위로
밀려 나온다
하지만 그 길들은
사막의 한 꼭지점을 내리치는 번개와도 같이
선명하고
그렇게 갈라졌던 하늘처럼 태연하다
사막으로 내리는 빗자국소리가
나의 의식,
외진 겨드랑이 사이로 감겨 들어온다
검게 입 벌린 조갈의 땅은
사막의 깊은 그리움처럼 목이 마르다
메마른 바람을 타고 도시로 들어가는
작은 모래알들의 희망처럼,
사막에 내리는 비가 유독 내게만 내리는 것은
아마도 그런 까닭 때문이리라
어떤 이유가 있으랴...
문득 지친 하루를 뒤로 하고 사막을 가로질
러 집으로 가던 차 안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를 만났다...
서서히 선명해지는 사막 위의 길...
한없는 목마름으로 내리는 소낙비를 한껏
받아먹는...
사막의 목마름을 마시던 나는
어느새 사막의 비를 송두리째 마시고 있었다
목마르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목마르지 않은 사랑이 있으랴
목마르지 않은 사랑을 꿈꾸는 나는
어느새 사막에서도 목마르지 않다
김준철
약 력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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