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목사<산타클라라 한인 연합감리교회>
억지로 일을 시키기 보다는 먼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것을 다짐하면서……
한국에 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의 기억이 납니다.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무슨 일로 화가 나셔서 전체 반 학생들을 엎드려 뻗쳐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갑자기 일어 나더니, 왜 제가 이런 벌을 받아야 합니까?하고 대들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해도 선생님들에게 매도 맞고 벌도 받고 하던 때라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온 친구인데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 때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갑자기 돌출행동을 당한 선생님은 당황하셔서 화를 내시면서 그 아이에게 폭력을 사용 하였지만, 그 아이는 그냥 도망쳐 버렸고, 나중에 그 부모님은 학교에 와서 선생님의 사과를 받아내고 그 친구를 외국인 학교로 전학시켜 버렸습니다.
그 때는 그 친구를 유별난 학생으로 생각했는데 요사이 제가 미국에 와서 교육을 받고 자녀들이 미국 학교를 다니면서 보니까 그 친구가 이상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과학생이 의견이 다르면 서로 대화하고, 설득하고, 조정하면 되는 일인데, 선생님이라고해서 항상 옳다는 보장도 없고, 또 옳은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특히 목사가 되어 교인들과 생활하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저 자신은 항상 옳고 교인들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항상 교인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됩니다. 물리적인 폭력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설교 시간에, 혹은 성경 공부를 통해서 언어 폭력을 사용하고자 하는 유혹이 많다는 것입니다. 치과에가면 입을 벌려 놓고 환자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는 의사 선생님에게 확실하지 않은 발음으로 네, 아니요를 이야기해야 되는 때가 있는데, 설교 시간에는 아예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성도님들을 앉혀 놓고서는 언어 폭력을 행사하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하나님 의 권위를 내세워 성도님들에 게 억지로 사역을 명령하기 전에 제가 먼저 항상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 자신이 피해야 될 죄는 없는가, 나 자신이 순종해야 할 명령은 없는가, 내가 본받아야 할 모범은 어떤 것인가, 내게 주시는 약속은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또한 성도님들을 통해 저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은 무엇인가를 들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렇게 해서 억울한 성도님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의 말씀 다 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도님들의 말씀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성도님들이 자기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그것을 진지하게 들어주면, 성도님들은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을 위해서 일하고 싶은 자발적인 마음도 생겨납니다. 우리자녀들이 부모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자기 말을 들어 주는 시간을 허락해 달라는 것입니다. 배우자들이 상대방에게 가장 바라는 것도 자기 말을 들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성도님들이 목회자에게 바라는 것도 자기들의 말을 들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나라의 지도자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그러면 백성들이 나라를 위해 충성과 봉사를 자발적으로 할 것입니다. 오늘도 목회를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사역을 시키는데 너무 익숙해 지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성도님들의 형편과 처지를 살펴가면서 목회자와 성도들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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