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라이더컵 포섬매치에서 유럽의 파드렉 해링턴-폴 맥긴리 조에 완패한 타이거 우즈(왼쪽)와 데이비스 러브3세가 괴로운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우즈 커리어 최악의 해
“2004년이여, 빨리 지나가거라.”
PGA투어 시즌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지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심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당초 23일부터 펜실배니아주 파밍턴에서 벌어지는 84 럼버클래식 오브 펜실배니아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우즈는 “너무 피곤하다”며 21일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바로 1주전 출전신청을 해 대회 주최측을 흥분시키고 1위 비제이 싱과 우즈의 한판대결을 보려는 팬들이 입장권 예매처에 몰려드는 러시를 불러왔으나 지난 주말 라이더컵에서 미국이 유럽이 참패하자 완전히 진이 빠진 듯 “도저히 필드에 나설 준비가 안됐다”며 1주일만에 기권하고 만 것. 휴식을 취하며 다음주에 아일랜드에서 있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챔피언십에 대비한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2004년은 우즈 입장에선 그야말로 제대로 풀린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잊고 싶은 해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메이저대회 무관에 그쳤고 매치플레이 대회인 액센쳐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을 제외하면 일반 스트록 플레이대회에서는 1승도 건져내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주 벌어진 라이더컵에서는 2승3패에 그치며 미국이 안방에서 유럽에 거의 더블스코어차로 참패하는 망신까지 당해야 했다. 무려 5년 이상 지켜오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빼앗겼고 지난 5년 간 굳게 지켜온 PGA투어 ‘올해의 선수’ 타이틀도 싱에 빼앗기는 것이 기정사실이 됐다. 심지어는 지난 2000년 수립한 PGA투어 한 시즌 상금기록(약 918만달러)도 싱에 의해 깨질 전망이다.
물론 우즈의 올 시즌 성적이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즈가 아닌 다른 선수의 눈으로 볼 때는 여전히 대단한 성공이다. 올해 17개 대회에 출전, 100%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갔고 이 가운데 단 한 번만 빼고 16개 대회에서 상위 25위내에 입상했다. 우승은 1번밖에 없어도 2위 2번, 3위 3번을 포함, 탑5 입상이 8번이나 되고 탑10 입상은 12번이다, 456만2,472달러의 상금은 PGA투어 상금랭킹 3위. 다른 선수라면 거의 100% 만족할 대 성공일텐데 우즈로서는 프로전향 후 ‘가장 잘 안 풀린 시즌’이라는 점은 그의 기준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라이더컵에서의 부진은 우즈뿐만 아니라 필 미켈슨에게도 뼈아픈 고통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미켈슨은 올해 매스터스에서 우승, 메이저 무관탈출이라는 평생의 소원을 달성했음에도 불구, 이번 라이더컵 실패로 인해 졸지에 생애 최고의 해라는 기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우즈 역시 그동안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음에도 불구, 생애통산 라이더컵 성적표는 7승11패2무로 초라하기 짝이 없어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 우즈는 아직도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주장한다. “아마추어시절에도 어느 대회든지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내가 할 수 있는 베스트골프를 한다면 나를 이길 선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한다. 그 말은 사실일지 몰라도 지난 2000년 시즌처럼 절대강자로서 군림하는 우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인 것 같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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