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와 이민 후 고독감을 달래기 위해 화상채팅을 배운 정상석(65)씨. 매일 노트북을 들고 출퇴근하면서 카메라와 메신저로 한국의 친구들을 만난다.
65세 네티즌 정상석 ‘코리아타운 비디오’사장
타운 내 ‘코리아타운 비디오’의 정상석(65) 사장은 요즘 화상채팅에 푹 빠져있다. 가게 업무도 업무지만 한국이 아침을 여는 LA시각 오후 5시가 되면 정 사장은 어김없이 한국의 친구들에게 “잘 잤나?”라며 말을 건다.
환갑도 한참 지난 나이에 그가 채팅을 배운 이유는 은퇴와 이민 후의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37년 7개월 간 한국 철도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 딸의 초청으로 2002년 이민 온 정씨는 난생 처음 비즈니스를 열긴 했지만 적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99년 퇴임하면서 행정공무원의 영예인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할 만큼 공직생활이 천직이던 그에게 늘그막 사교는 낯설기만 했다.
“여자는 가족만 있어도 행복한 것 같습디다. 그러나 남자는 그렇지 않아요, 친구도 만나고 사회 교류가 있어야 사는 것 같지요. 친구고 동료고 곁에 없으니 외로워서 처음엔 국제전화 깨나 썼는데, 메신저 시작한 뒤로 얼마나 위안이 됐는지 모릅니다”
내친 김에 대화상대를 라이브로 보려고 110달러 주고 카메라도 구입했으나 한국의 친구들이 2만5,000원에 더 좋은 한국산 카메라를 샀다고 자랑, 소포로 받아 같은 것으로 바꿔 달았다.
매일 3시간씩 주고받는 메신저 내용은 그저 “친구야 잘 있었나, 뭐하나” 같은 농담이 주류이고, 독수리타법이라 빨리 치지도 못하지만 정씨처럼 정년퇴직해서 놀고 있는 친구들도 여행 다녀온 얘기 등을 시시콜콜 적어보낸다고 한다.
“처음엔 얼마나 신기했는지, 가게 문 닫고선 밤 12시까지 할 만큼 빠져들었지요. 쑥스럽기도 해서 집에는 야근한다 하구요”
이렇게 시작한 컴퓨터가 지금은 정 사장에게 정보의 메신저가 됐다. 인터넷 신문으로 한국의 정치와 경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여행 정보, 그리고 그가 평생 몸담았던 철도청 소식들을 꿰뚫고 있다.
“외로움은 잊고, 최신 정보를 누리며, 친구들과 짤막하게나마 정치토론도 할 수 있어 살 맛 납니다” 이제 노트북 다루는 손놀림이 능숙하기만 한 정 사장의 ‘네티즌 소감’이었다.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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