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여성보호센터 소장 데보라 서 변호사
아시안 여성들은 남편이 폭력을 휘둘러도 자신이 뭔가 부족하거나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책하기 일쑤죠. 정신을 잃을 만큼 구타를 당해 병원에 실려가서야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아태여성보호센터(CPAF) 소장 데보라 서(37) 변호사는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치를 떨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려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여성의 자립능력 결핍이라고 말한다. 맞고 살아도 남편이니까 형사처벌 받는 걸 원치 않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것.
자립능력이 떨어져 폭력을 참고 사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법적 정보, 영어교육,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것이 아태여성보호센터의 역할이라고 설명하는 서변호사는 LA법률보조재단 아태부 담당으로 봉사하다가 지난 99년 아태여성보호센터 소장으로 부임했다. UC버클리, 로욜라 법대 재학시절부터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아 가정폭력, 유괴를 전공했고 가정법 전문 변호사가 된 서씨는 겉보기엔 한없이 여성스럽고 목소리도 얼굴도 만년 소녀처럼 보인다. 지난해 둘째를 낳고 아들딸 기르느라 정신없다는 서변호사의 어디에서 여성폭력에 대항할 힘이 샘솟는지.
그래도 이혼 전문 변호사로 일할 때보다 험한 꼴 당하는 일은 적어요. 센터 내 시큐리티가 워낙 잘돼있고 주변에 든든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여성과 아이들의 목숨이 폭력으로부터 여전히 위협을 받고 있는 한 할 일이 많아요.
서변호사는 가정폭력이라면 흔히 육체적, 성적 폭력을 떠올리지만 경제적 폭력, 언어 폭력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가정에서 모욕적인 행동, 욕설을 예사로 내뱉는 남편은 자녀 혹은 애완견까지 학대를 하게 되고, ‘당신은 형편없다. 나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말로 아내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심한 우울증이나 자살의 충동에 빠지게 한다는 것. 또, 의처증이 심하다 못해 아내를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돈은커녕 먹을 것조차 조금씩 주며 말려 죽이는 남편도 있다고 상담사례를 들었다.
이민 온 여성들은 폭력을 당한 사실을 하소연할 사람 찾기도 힘들지만, 공개한다해도 은신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해 피해자가 가정폭력의 고리를 끊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서변호사는 94년 여성폭력방지법(VAWA)이 채택된 이후 여성 폭력은 엄연한 범죄행위로 규정돼 있어 피해 여성에게 정부의 도움이 법으로 보장돼있다고 덧붙였다.
아태여성보호센터가 취급하는 분야는 가정폭력 외에도 성폭력, 성희롱 등의 여성관련 분야로 현재 CPAF핫라인을 찾는 여성들의 40%가 한인이다. 서소장을 비롯해 한인 스텝 6명이 교대로 한국어 상담을 하고 있으며, 낮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는 한인 업소록을 뒤적여 전화번호를 기억했다가 은밀히 상담을 요청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지만, 밤 시간은 경찰서에서, 병원에서 긴급조치를 요청해오는 전화다.
강간을 당하는 여성은 14세에서 26세까지가 가장 많고, 성폭력을 당한 여성의 70%가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라고 밝히는 서변호사는 특히 강간을 당한 경우 피해여성 자신을 위해 빠른 시간 내 병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태여성보호센터 핫라인 (800)339-3940/(323)653-4042
<글·사진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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