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주도로 의회를 통과한 메디케어 개혁법안의 최대 승자는 앞으로 처방약값 부담을 덜게 될 고령자들이 아니라 제약업계와 의료보험업계이며, 최대 패자는 의료보장제 개정에 따른 재정부담을 고스란히 떠맡게 될 납세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는 메디케어에 처방약 혜택을 포함시킬 경우 외국의 경우처럼 정부가 지출을 제한하기 위해 의약품에 가격상한선을 적용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이번 개정안을 초안한 공화당은 정부가 가격조정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업계에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HMO와 기타 보험회사들도 메디케어 수혜자들을 상대로 사업을 불리면서 142억달러의 연방보조금까지 받는 등 톡톡한 재미를 볼 전망이다. 또 메디케어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들 역시 초 줄어들 예정이었던 정부의 환불금이 1.5% 증가하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과거 민주당의 전문영역이었던 건강보험 정책의 주도권을 가로채는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완수하는데 성공, 내년 재선에 내보일 큼직한 카드를 확보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수년간 처방약 보험혜택을 추진, 지난해에도 이같은 법안을 상정했다가 좌절된 바 있으나 이를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드물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지나치게 산업계에 의존한다며 반대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정안 통과가 단기적으로 볼 때 공화당의 승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시행결과가 기대에 어긋날 경우 장기적으로 역풍을 불러올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메디케어 수혜자들은 법개정으로 어느 정도의 혜택을 얻을 것이나 가장 큰 혜택은 저소득층 고령자들과 연간 처방약 지출이 높은 수혜자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그러나 메디케어 수혜자들 가운데 전직 회사에서 처방약 보험을 제공받은 37%는 오히려 이들 보험을 잃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개정안은 이들 회사가 은퇴자들에게 처방약 보험을 계속 제공토록 장려하기 위해 860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전문가들은 200∼300만명의 은퇴자들이 메디케어 보험보다 더 좋은 직장보험을 상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개정안은 향후 10년간 4,000억달러의 가격표가 붙어 있어 납세자들에게 무거운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의회 예산국은 오는 20년동안 납세자들에게 전가되는 비용이 무려 2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이같은 전망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게 예측되는 경향이 있다. 메디케어가 1965년 처음 도입됐을 때 전문가들은 1990년까지 연 비용이 3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메디케어 예산은 670억달러에 달했으며 작년에는 2,000억달러를 초과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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