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테러전으로 수면 아래 잠복해 있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9ㆍ11 이후 2년여만에 다시 전면에 나섰다.
서방 국가들은 20일 터키 이스탄불 도심에서 발생한 차량 자살폭탄테러를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15일 이스탄불 유대교회당 연쇄 폭탄테러도 마찬가지이다.
한 때 와해직전까지 몰렸던 알 카에다가 조직을 재정비, 서방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테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테러는 9ㆍ11 당시 세계무역센터(WTC)처럼 영국경제의 상징인 HSBC 은행을 타깃으로 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9ㆍ11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발생한 각종 테러 사건들에 대한 알 카에다 연계 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의 잇단 테러는 수법과 시기, 목표물 선정 등에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주도면밀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진짜로’ 알 카에다의 소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유대교회당과 영국 총영사관 등을 겨냥한 테러는 알 카에다가 서방에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도 이번 테러 배후에 대해 아직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알 카에다가 연계됐다 해도 놀라지 않겠다”고 해 알 카에다의 ‘존재’를 시인했다.
알 카에다가 미국이나 영국 본토에 9ㆍ11과 같은 대규모 테러를 자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서방의 목표물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일 미국 CNN 방송이 입수, 보도한 ‘유엔 알 카에다 및 탈레반 제재위원회(QTSC)’ 보고서는 “알 카에다가 견착식 대공 미사일로 군 수송기를 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생화학 테러를 감행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경고하고 있다.
QTSC의 5명의 위원이 다음달 발표할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알 카에다는 보안이 철저한 민간 항공기 대신 해상 항로와 항구, 연성 목표물 등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으며, 공격할 대상을 물색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생화학 테러에 대해서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테러공격에 필요한 기술상의 문제 때문에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을 뿐 결국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알 카에다가 다시 발호하는 데는 이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언급됐지만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권의 자선단체들과 기업, 마약조직의 자금이 알 카에다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전쟁 이후 알 카에다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아랍권 민중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이 알 카에다 등에 기부하는 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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