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영국방문을 전후해 런던 일원에는 `보안 거품’이라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각종 보안조치가 취해지고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핵심은 대통령을 태우고 다니는 최신형 캐딜락 드빌 장갑차량이다.
BBC 뉴스에 따르면 티끌만한 허점도 허용되지 않는 국가 원수용 장갑차량을 만드는 회사는 전세계를 통틀어 한 손에 꼽을 정도.
오개러-헤스 & 에이전하트사는 1949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을 위해 처음으로 방탄 리무진을 제작했지만 당시 기술은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다.
지난 1998년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대통령은 서방국 지도자들이 선사한 장갑차량을 타고 가다 10명이 넘는 무장 테러범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았지만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살아 남았다.
범인들은 기관총에 로켓추진 수류탄까지 동원해 대통령 차량 행렬에 공격을 퍼부었으나 다른 차에 타고 있던 3명만 숨졌을 뿐 대통령은 무사했던 것. 독일 정부는 곧 새 장갑차량을 보내주었다.
부시 대통령의 차량 제원은 물론 극비에 부쳐져 있지만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것을 능가하리라는 점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장갑차량의 3대 조건은 ▲피격 지점에서 탑승자 보호 ▲현장 탈출 ▲공격 대응 능력이다.
최고의 보호기능이 필요한 곳은 좌석이 들어있는 내부 공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투명 유리는 보통 두께 6㎝가 넘는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돼 직접 총을 대고 쏘아도 부서지지 않는다.
벽체와 기둥, 지붕 등 차량 내부의 다른 부분은 강화철판과 기타 방탄 자재를 겹겹이 포개 두께 12㎝가 넘는 장갑 철판으로 감싸이게 된다.
요즘 나온 장갑차량 중 최고급품은 AK-47이나 M-14 소총의 직접 공격이나 수류탄 폭발에도 끄떡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경호팀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뢰 등 폭발물이 차량 밑에서 터지는 것.
이탈리아의 마피아 소탕 작전을 진두지휘하던 조바니 팔코네 판사는 1992년 도로 표면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사망했다.
여기서 교훈을 얻은 전문가들은 차량 바닥의 보호기능을 더욱 강화했고 그 효과는 확실히 입증됐다.
1998년 캐나다에서 한 장갑차량이 땅에 묻혀있던 4.5㎏짜리 대전차 지뢰를 건드린 일이 있었다. 땅에 지름 2m의 구덩이를 남길만큼 엄청난 폭발로 차량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뒤집어진 채 땅으로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탑승자들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내부공간은 멀쩡했다.
장갑차량들의 첫째 목표는 설사 차량 자체가 움직일 수 없게 되더라도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탑승자들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현장탈출 기능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요즘 나오는 광고에 따르면 `대통령급’ 차량들은 배터리와 냉각기, 엔진실 주변에도 장갑 처리가 돼 있고 유사시 연료탱크가 자동으로 차단돼 폭발을 예방한다. 연료탱크는 최대한 장시간 열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이밖에 펑크가 나더라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장갑 타이어가 새로 등장했고 더 나아가 이런 타이어가 망가지는 있을 수 없는 경우에라도 광폭 쇠바퀴만으로도 고속 주행이 가능하게 됐다.
부시 대통령이 쓰는 것과 같은 캐딜락 드빌에는 적외선 야간투시경까지 달려있어 전방 도로에서 들어오는 열감지 신호를 도로 전경으로 전환시켜 앞유리창 안쪽에 투사한다. 이 장치는 설혹 라이트가 모두 나갔을 경우에라도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보통 헤드라이트보다 훨씬 명료하게 사람이나 물건의 영상을 잡아낼 수 있다.
국가 원수처럼 첨단 대응무기를 갖춘 경호팀과 함께 움직일 정도가 못 되는 사람들의 차량에도 공격 대응 시스템은 준비돼 있다.
한 회사가 주문 사양으로 제시한 품목에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무기칸과 도로를 벗어나 다른 차량을 들이받을 수 있는 강화 범퍼, 극단적인 경우 문에 장착된 총구도 포함돼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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